[찬스(Being There)]... 할 애쉬비(Hal Ashby)... 모든걸 티비로 배운 사나이, 그리고 그것이 통하는 세상...
영화 보는 즐거움/칸영화제 2012. 6. 12. 00:30'할 애쉬비(Hal Ashby)' 감독의 영화 '찬스(Being There)'를 보았습니다. 1979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1980년 아카데미시상식에 2개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주인공인 '찬스'역을 맡은 '피터 셀러스'는 남우주연상, 대통령의 후견인이자 억만장자역의 '멜빈 더글라스'는 남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멜빈 더글라스'는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참고로 그해 남우주연상은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의 '더스틴 호프먼'이 차지했네요. (이 작품의 현재 imdb평점은 8.0점입니다.)
개인적으로 '할 애쉬비' 감독의 영화는 두번째입니다. '잭 니콜슨' 주연의 1973년작 '최후의 지령(The Last Detail)'이 그 첫번째인데요, 이 작품도 아주 예전에 비디오로 출시 되었던, 꽤나 찾기 힘들었던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영화의 내용은 본지가 너무 오래되서 잘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만, '잭 니콜슨'의 트레이드마크인 약간은 거만해 보이는 웃음이 꽤나 매력적으로 보였던, 특히나 젊은시절의 그였기에 더욱 인상이 깊었던 영화였습니다. 죄를지은 병사를 호송하며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을 담은 내용이였던것 같은데요, 상세한건.... 기억이 안나네요..^^
여하튼 그 작품이후 이 영화 '찬스'가 '할 애쉬비'라는 감독과의 두번째 만남입니다...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어지는 것들중엔 이런것들이 간혹 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보다 다른 상태인, 혹은 다른 사람들 보단 약한 상태, 혹은 약점을 지닌채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
예를 들자면 '레인맨'의 '더스틴 호프먼' 처럼 '자폐증'을 지닌 주인공, 아니면 '아마데우스'로 유명한 '톰 헐스'가 '닉키와 지노'라는 작품에서 연기한 머리가 약간은 모자란 주인공, 혹은 '빅터 살바' 감독의 '파우더'의 주인공 처럼 온몸이 털하나 없는 상태에다 하얗기까지한 특이한 외모를 지닌 사람 등등...
특히나 이러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보통, 주인공은 남들에게 거부감을 줄 정도로의 약점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들만의 강점으로 세상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스토리로 영화의 내용이 흘러가기 때문에 보는이로 하여금 큰 감동을 주게 마련입니다.
오늘 본 영화 '찬스'도 위에 에를 든 작품들과 같은 맥락을 지닌 영화였습니다.
주인공 찬스는 글을 읽고 쓰지도 못하는데다 지능지수도 떨어지고 세상살이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어렸을적 집주인이 데려다가 집안에서 정원일만을 가르친채 키워왔던겁니다. 오로지 티비보기와 정원가꾸기만이 유일하게 할수있는 일이고 즐기는 일인 그는, 집주인이 죽자 처음으로 그 집을 떠나 세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 작품은 '저지 코진스키'라는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더군요. 책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한국에서 1991년에 출간된 소설은 벌써 절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지 코진스키'라는 작가에 대해 살펴보니 조금은 특이한 그리고 우울한 이력을 지녔더군요. 잠시 소개를 해드리자면,
-여섯 살 때 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대학살을 거치며 고아가 되었다. 아홉 살 때 말하는 능력을 잃었다가 전쟁이 끝난 후 폴란드의 고아원에서 병든 부모와 재회하고, 이후 목소리를 되찾았다. 로츠대학교에서 정치학, 역사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1957년 미국으로 망명하여 컬럼비아대학에서 박사 학위 과정을 밟았다.
프린스턴과 예일대학에서 영어 산문과 비평을 가르쳤으며 미국 펜클럽 회장을 역임했다. 전국예술문학협회에서 특별 문학상, 폴로니아 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1965년에 발표한 소설 <페인트로 얼룩진 새>가 1989년 조국 폴란드에서 처음 출판되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1991년 자살로 생을 마쳤다.-
얼핏 보기엔 꽤나 성공한 인생인것 같지만, 어린시절에 겪은 아픔과 그 결과로 남은 트라우마가 아주 커보이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 '찬스'에 담고 있는 이야기나 사상도 그의 삶과 흡사해 보였습니다. '코미디'라는 외형으로 어느정도는 가리고 있지만, 슬픔과 세상에 대한 비판이 많이 담겨져 있는 그리고 꿈꾸는 듯한 느낌의... 뭐 설명하기가 쉽진 않지만 외롭고 슬픈느낌의 영화였습니다. 전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외로움, 슬픔과는 달리 영화 자체로 보면 재미있는 부분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번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배경음악이죠,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아닌가요..^^:)가 이 작품에서도 사용되어 지고 있는데요, 주인공 '찬스'가 아무것도 모른채 처음으로 집을 나설때 깔리는 배경음악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인상깊더군요. 특히나 주연배우 '피터 셀러스'가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작품에 2작품이나 출연했다는 사실을 감안해 볼땐 상당히 의도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두번째... 성룡이 나오는 영화에서 자주 보여주는 NG컷이 이 작품에서도 마지막에 나오는데요, 상당히 웃깁니다. 별 내용없지만, '피터 셀러스'의 무심한듯한 대사가 더욱 코믹하게 느껴집니다. 본인도 웃음을 참지 못하더군요.
이 외에도 두번씩이나 빵터지게 만드는 '아이 라이크 투 워치(I like to watch)'라는 대사도 기억이 남구요, 글을 읽고 쓰지도 못하는 바보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고려하는 주인공보다 더 어리석은 사람들도 웃기고, 특히나 마지막에 물위를 걷는 주인공은 정말 인상 깊더군요. 절대로 그런 의미는 아닌것 같은데, 저는 웬지 외롭고 쓸쓸해 보였습니다. 왜 인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건 주연배우인 '피터 셀러스'입니다. '핑크팬더' 시리즈에서 보여준 약간은 덜 떨어진 어리버리한 형사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은 코믹배우인데, 이 작품에선 그와는 다른 형태로 아주 멋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더스틴 호프만'을 제치고 아카데미를 가지고 갔어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을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러고 보면 '더스틴 호프만'도 운이 좋군요. 이 작품에서 '피터 셀러스'가 맡은 역할과 비슷한 역을 맡은 '레인맨'으로 아카데미를 가져갔으니...
아니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한수위라고 해석해야 정확한 평가일까요.
여하튼 여러모로,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그리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였습니다. 이상하게도, 개인적으론 상당히 쓸쓸하고 씁쓸한 느낌이 강하게 든 영화이였습니다만,(왜 코미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우울하고 슬픈느낌이 든걸까요.) 빵 터지게하는 코믹한 부분도 많고, 현실풍자나 비판을 코믹하게 효과적으로 풀어낸 부분도 많은 괜찮은 작품이였습니다.
전 재미나게 봤습니다만, 여러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선택은 본인의 몫인거 아시죠.^^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p.s)'피터 셀러스'는 이 영화 '찬스'를 완성한 이듬해, 그러니까 1980년도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p.s2)감독 '할 애쉬비(Hal Ashby)'의 작품중에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 하나 있는데요, 1986년도에 연출한 '죽음의 백색 테러단(8 Million Ways To Die)'이라는 작품입니다. '제프 브리지스', '로잔나 아퀘드', '앤디 가르시아' 주연의 이 영화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 중 한편인 동명의 소설 '800만가지 죽는 방법(8 Million Ways To Die)'을 원작으로 만들어 졌더군요. 언제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 흥미로우신분은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도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해봅니다. 우리나라엔 제 기억으로 3편정도가 출간된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정확하진 않습니다..^^:
여하튼, 알코중독자인 주인공의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이며, 냉정하게 사건사고들을 풀어나가는 작가의 필력이 굉장히 쿨하며 깔끔한 작품들입니다.
p.s3)최근에 재미있게 본 영화들입니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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