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코드(Code Unknown : Incomplete Tales of Several Journeys)]... 미카엘 하네케(Michael Haneke)...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완벽주의자가 만든 영화...
영화 보는 즐거움/칸영화제 2012. 5. 27. 00:30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감독 '미카엘 하네케'가 2000년도에 연출한 '미지의 코드'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줄리엣 비노쉬' 등이 출연한 이 작품은, 2000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구요, 특별상 부문중 하나인 'Ecumenical Jury Prize'(기독교 심사위원상 이라고 하는군요.)를 수상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 작품이 왜 '기독교 심사위원상' 이라는 상을 수상했는지는 이해가 가질 않더군요.
여하튼 이로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작품은 '베니의 비디오', '퍼니게임', '히든', '하얀리본' 그리고 '7번째대륙'에 이어 6번째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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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저 멀리 프랑스 남부의 한도시에는 모든 영화인의 축제인 '칸국제영화제(제65회)'가 한창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두 '상수'감독(홍상수, 임상수^^)이 '경쟁부문'에 초청이 되었는데요, 과연 수상의 영광을 차지할수 있을지가 궁금해집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일단, 초청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의 능력은 입증되고 있다고 보는데요, 몇일전에 접한 뉴스엔 오늘 본 영화 '미지의 코드'의 감독인 '미카엘 하네케'에 대한 평이 제일 좋다고 하더군요.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미카엘 하네케'의 작품은 '아무르(Amour)'라는 작품으로('아무르'는 프랑스어로 '사랑'이라고 합니다.), 노부부의 사랑이야기라고 하는데요, 또 얼마나 독하고 불편하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그려내고 있을지가 심히 궁금합니다. 여하튼 빨리 만나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여담으로, 이번에 '칸영화제'에 초대된 감독들의 면면을 보면, '신' '구'의 조화가 꽤나 잘 이루어진것처럼 보이는데요, 이름 모를 젊은 감독에서 부터 '켄 로치'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같은 노감독들, 특히나 '알랭 레네' 감독 같은 경우엔 완전 감동이더군요.
개인적으론, 이번에 초대된 작품들 중엔 궁금한 영화들이 제법 많이 보이는데요, 얼마전 '다코다'님이 추천해주신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나, '데이빗 크로넨버그', '존 힐코트' 그리고 '제프 니콜스' 같은 감독들의 작품들이 '확' 땡기는 군요. 역시나 전 이야기를 중심으로한 '드라마'에 강한 영화들이 좋은것 같습니다. 취향이 단순하다고 할까요..^^
각설하고, 자 그럼 이젠 '미지의 코드'라는 영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 영화 역시나 감독의 명성처럼 시작부터 상당히 불편합니다.
한 어린 청각장애인 소녀가 무언가를 행동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본 친구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수화'로 대답하구요. 그러고는 바로 두번째 씬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답을 말해주진 않습니다. 전혀 친절하지 못합니다.
두번째 씬 또한 불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거기다가 감독의 완벽주의적인 성향까지 더해져서 보는이로 하여금 신경이 곤두서게 만드는데요, 한 소년이 어느 여인과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대화를 나눕니다. 그 소년은, 그 여인과 헤어지고는 또 다른 이와의 사소한 다툼이 발생하는데요...
이 조금은 뜬금없어 보이는 씬은 영화를 끝까지 보게되면 알게되는데요, 등장인물들간의 가장 많은 연결고리들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일단 접어두고 그냥 외적으로만 봤을땐 매우 불편한 장면들입니다. 선행을 베풀려던 한 흑인소년이 결과적으론 경찰에게 강제연행이 되구요, 선행의 대상자인 한 여인은 결국에는 강제추방되는 신세가 됩니다. 역시나 감독의 특기답게 꽤나 불편하고 부조리한 모습들의 연속입니다.
개인적으론, 이 장면에서 가장 눈에띄는 부분은 장장 8분간의 긴 시간을 수 많은 엑스트라들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롱테이크로 이끌어 냈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주연배우 뿐만아니라 대사 하나없는, 그러니까 그냥 지나가는 역할만을 수행하는 엑스트라들까지도 화면상 전혀 어색함없이 그들이 해야할 역할들을 완벽하게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의 치밀함이 보이는데요, 이 '미카엘 하네케'라는 감독은 진정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완벽주의자인것 같습니다.
이 8분이라는 롱테이크 장면은 개인적으로 영화상 최고의 도입부를 가진 작품중에 하나인 '오손 웰즈'의 '악의 손길' 만큼이나 인상깊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평하면 너무 후한가요...^^ 여하튼..^^:
'미카엘 하네케'라는 감독의 작품들을 볼때면 가끔씩 이런 단어가 생각날때가 있습니다. '전지전능'...
그러니까 감독이 의도한데로, 감독이 원하는데로 모든것이 이루어지는것 같다고 할까요. 도대체 왜 이런 기분이 드는걸까요.
그건 아마 그의 작품 대부분이 관객들이 원하는데로 흘러간다든지, 아니면 관객들이 그 의미를 알수있고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해답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영화는 언제나 관객들의 바램과는 전혀 상관없이 감독 자신이 원하는데로 결말을 맺어 버리고, 그렇지 않으면 감독 자신만이 알고있는 '무언가'를 암시한채 찜찜한 상태로 끝나버립니다. 그러니까 바로 이게 이 '전지전능'한 감독의 특기인것입니다.
여하튼 이 작품도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상당히 불편합니다.
특히나 이 작품은 내용상에서 뿐만 아니라 그 형식상에서도 불편함이 철철 흘러넘치고 있는데요,
관객들을 긴장하게 만든 영화속의 상황들이 사실은 또 다른 영화속의 상황이 되어버리는데다, 여러 등장인물들을 한씬 한씬 나누어서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마저 시간을 뒤죽박죽 섞어놓아 버립니다. 거기다가 그들을 하나의 '희미한' 연결고리로만 묶어놓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관객입장에선 등장인물과 사건들 그리고 그것들의 관계를 짜맞추는것 만으로도 정신을 차릴수 없게 됩니다. 거기다가 큰 의미가 없어보이는 긴 롱테이크들이 한번씩 나와줘서 '멍'하게 만들기도 하구요. 여하튼 불편하기로 따지자면 역시 지상최고의 감독임엔 틀림없는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가 무얼의미하고 무엇을 보여주는가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냥 제 짧은 소견으론, 단순하고 사소하게 여겨진 행동들이 발생시킨 부조리한 '결과' 혹은 '비극' '불편함' 정도 인것 같은데...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미지의 코드'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어감'이라는건 이런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알수없는 연결고리들, 알수없는 신호들 혹은 알수없는 결과들.. 아니면 말구요..^^
마지막으로, 영화는 한 어린소년의 '수화'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이 '수화'에 관객들이 얻고자 하는 '무언가' 혹은 '답'이 들어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전 아마 아닐꺼라고 확신합니다.
이 '미카엘 하네케'라는 '전지전능'한 감독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을테니까요. 아마 큰 의미는 없을겁니다. 그래도 그 수화가 무슨의미인지는 궁금하네요.(역시나 언제나처럼 그의 '덫'에 빠질수 밖에 없습니다.^^) 혹시나 '수화' 가능하신분은 알려주시길 바랄께요.^^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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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언젠가는 '칸'에 가서 영화 한프로는 봐야겠죠. 개인적으론 죽기전에 해야할 한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