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적영웅(A Self-Made Hero)]... 자크 오디아르(Jacques Audiard)... 매력적인 배우, 재미난 스토리 그리고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이 만나면...
영화 보는 즐거움/칸영화제 2012. 4. 26. 00:30'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1996년작 '위선적 영웅'을 보았습니다. '마티유 카소비츠'가 주연한 이 영화는 1996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고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참고로 그해 황금종려상은 '마이크 리'의 '비밀과 거짓말'이 차지했네요.
몇일전에 본 '헤이 와이어'에서 별 비중없이 출연한 '마티유 카소비츠' 때문에 오늘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웬지 그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연출도 좋고, 배우도 좋고) 영화가 보고 싶더군요. 운좋게 하나 찾았습니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영화는 개인적으론 두번째입니다. 2009년도에 연출한 '예언자'라는 영화가 처음이였는데요, 한 어리버리한 청년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감옥과 범죄조직이라는 배경을 두고서 그려낸 작품인데 꽤나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감독은 이 영화로 2009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상복도 많네요, 이 감독은..
상복이 많은 만큼 영화를 잘 만든다는 말이겠죠. 제가 두작품밖에 보지 않은 상황에서 가타부타 평가하기가 뭣하지만, 이 감독 개성도 뚜렷한데다,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방법도 잘 알고 있는 매우 능력있는 감독으로 느껴집니다.
두 작품이 얼핏 보기엔 아주 달라보이지만, 비슷한점들이 많이 눈에 띄이는데요, 그게 뭐냐하면...
상당히 판타스틱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매우 진지하고, 또 유머러스한 농담을 던지는것 처럼 보이다가도 무거워지는 여하튼 굉장히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영화들입니다.
오늘 본 영화 '위선적 영웅'은 일종의 '페이크다큐' 입니다. 실존인물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그들의 회상을 섞어놓으면서 영화는 진행됩니다.
극중 현재, 화면상에 보이는 등장인물들은 한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어떤사람은 그를 좋게, 어떤사람을 그를 나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 그 평가의 주인공 본인도 역시 인터뷰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진지하기 때문에 모르시는 분은 진짜라고 생각하실 수 있으나 전부 다 가짜입니다. 저도 속을 뻔 했는데요, 그러한 증거가 어디에서 나타나느냐 하면,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주인공의 현재모습 그러니까 이 영화상에서 '인터뷰'의 또 다른 대상자인 주인공이 바로 프랑스의 국민배우인 '장 루이 트레티냥'입니다. 그러니까 실제인물이 아닌겁니다. 그는 아주 유명한 영화배우입니다.
또 하나는, 어떤 등장인물은 1950년대에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합니다. 개인적으론 상당히 웃긴장면이였는데요, 여기에서 감독이 던지는 '유머'와 이 작품이 '페이크다큐' 라는것을 한번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공상하기를 즐기지만 조금은 소심합니다. 아버지가 전쟁영웅이라고 쇠뇌시키는 어머니와 당찬 아내와 살아가고 있던 어느날, 아버지는 전쟁영웅도 아니고 자신도 겁쟁이라는 사실에 충동적으로 집을 나가버립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전쟁영웅들의 모임에 참석하게 되구요, 남다른 상상력과 기억력 그리고 타고난 말솜씨에 순진한 미소로 자신 또한 전쟁영웅으로 '성공적인' 포장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장면과 함께 심장이 벌렁거리는 장면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바로 주인공이 능청스럽게 거짓말 할때와 그 거짓말이 탄로나는게 아닌가 하며 숨죽이게 되는 순간들인데요, 이런 장면들에서 주인공역의 '마티유 카소비츠'의 연기력과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순진함과 영악함,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이 공존하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낸 '마티유 카소비츠'는 감독의 스타일인 이중적인 분위기를 확실하게 살려내고 있습니다.
이런 영화를 볼때마다 한번씩 느껴지는 생각인데요, 세상에는 '정말' 영화를 잘 만드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것 같습니다. 나름 영화를 즐겨보기는 하나 이런 사람들을 만날때 마다 조금은 신기하다고 할까요, 그러니까 몰랐던 부분을 알았을 때 느끼는 희열 비슷한걸 느끼게 되고, 반면에 어디가서 영화 좀 봤다는 소리는 하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여하튼 세상은 넓고 영화는 많은것 같네요.
오늘 본 영화의 감독인 '자크 오디아르'도 그런 생각이 들게끔 만든 사람들중에 한 사람입니다. 기회가 되면 이 감독의 영화들을 꼭 찾아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무척이나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p.s) 이 영화가 표면적인 내용상으로는 코믹스러우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 보면 서글픔이 묻어납니다.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배경때문에 만들어진 이야기 이니까요..
p.s 2)'마티유 카소비츠'는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으로도 재능이 많은것 같습니다. 1995년과 1997년 '증오'와 '암살자(들)'로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1995년의 '증오'는 감독상을 수상한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때가 우리나라 나이로 29세. 그리고, 그 다음해인 1996년에 오늘 소개해드린 '위선적 영웅'에서 주연을 맡았네요.
전 배우이자 감독인 이 사람이랑 잘 맞는 모양입니다. 그가 헐리우드에서 연출한, 악평으로 가득한 영화 '고티카(2003년)'도 아주 재미나게 봤으니 말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위의 추천한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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