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디아나(Viridiana)]... 루이스 브뉘엘, 실비아 피날, 프란시스코 레이벌... 계급, 종교, 인간에 대한 고찰...
영화 보는 즐거움/칸영화제 2015. 1. 10. 00:17'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영화 '비리디아나(Viridiana)' 를 보았습니다. '프란시스코 레이벌' 과 '실비아 피날' 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1961년에 제작된 드라마로, 현재 imdb 평점은 8.2점입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1961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역대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목록(그랑프리 목록)...
'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영화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은, 예전에 몇편 보다가 그만둔 기억이 있긴 합니다만(욕망의 모호한 대상과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처음부터 끝까지 본 작품은 이 '비리디아나(Viridiana)' 가 처음이네요.
개인적으로는, 한창 잘나가던 '알프레드 히치콕' 이 옆 테이블에 있던 '루이스 브뉘엘' 에게 세상에서 영화를 제일 잘 만드는 사람은 당신이라고 했다는 일화 때문에 굉장히 관심이 있던 감독이였는데, 저하고 궁합이 맞지 않았는지 이번에야 처음으로 영화 한편을 제대로 감상을 할수가 있었습니다.
영화 '비리디아나(Viridiana)' 는 수녀였던 한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진짜 수녀가 되기 바로 직전, 다른 선배 수녀의 권유로 별로 왕래가 없었던 삼촌집에 가게 된 주인공은 원래는 아주 선하고 강하며 신앙심이 깊은 여자였지만, 어찌어찌 수많은 사건사고들을 겪으면서 결국에는 수녀가 아닌 나약하고 평범한 여인으로 변한다는 줄거리를 가진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 '비리디아나(Viridiana)' 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인간을 이야기 하는데 빠질수가 없는 선과 악, 지배와 피지배, 계급, 종교 등에 대해서 아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거기다가 욕망과 죄의식 등 심리학과 철학적인 부분들도 건들이고 있어서, 제 짧은 글로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영화이기도 하였구요.
'루이스 브뉘엘' 감독은 어찌보면 절대선과 이상향에 가까운 주인공 '비리디아나' 를 내세워 선만으로는 악을 제압할수 없고, 또 단순한 선은 오히려 악에게 패하기 쉬우며 악에 쉽게 물든다는 파격적이면서도 솔직한 주장을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풀어내고, 또 종교적인 색체를 짙게 풍기면서도 실제로는 종교를 비웃는 이야기로 영화를 진행하고 있었구요. 그러니까 교회와 종교를 꼬집으면서, 인간의 나약함과 간사함을 비꼬고, 결국에 가서는 부르주아를 비판하는 결말까지 이 영화의 이야기는 확장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 '비리디아나(Viridiana)' 를 보면서 가장 특이하다 생각되었던 것은, 정말로 비난을 받아야할 인간들이 선하고 불쌍한 사람처럼 보이고, 반대로 타인에게 아무런 해악도 미치지 않은 주인공이 오히려 어리석고 악해보인다는 특이한 경험에 있습니다. 이게 참으로 아이러니한데, 실제 우리의 삶도 그리고 세상의 이치도 이것과 똑같은 것이 아닌가 싶어서 더더욱 신기하다 생각이 듭니다.
말씀드린대로 이 영화 '비리디아나(Viridiana)' 는 욕망과 죄의식, 지배와 피지배, 그리고 계급과 자본주의 등등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인간의 추한 본성은 순수한 선만으로는 구원할수 없으며 오히려 선이 악에 물드는 경우가 더 많다는 파격적인 결론과, 종교와 계급을 모두 지배하는건 결국에 가서는 '부르주아', 즉 '돈' 이라는 지독하게도 솔직하고 현실적인 마무리가 아주 강력한 영화이기도 했구요.
여하튼, 얼핏보기엔 엉성한(?) 영화인것 처럼 보여도, 깔려있는 그 무언가는 굉장히 무거운 작품이니 미리 각오를 하고 보셔야 하겠습니다.
대신 반대로 설명하면, 아주 좋은 영화이긴 하나 일반적인 의미에서 재미를 찾기는 쉬운 영화가 아니라는 설명도 됩니다. 그러니까 보통 평범한 영화에서 얻을수 있는 재미보다는, 철학적이고 염세적인 감독 개인의 사상이나 의견이 많이 들어간 영화라서 그렇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니 그런 부분에 키포인트를 맞추고 감상을 하셔야 하겠구요, 그런 부분을 감안하지 않고 영화를 보다보면, '얘들 왜 이러니?' 혹은 '이건 도대체 뭘 이야기하는 영화인가?' 라는 질문만 하다가 전원을 꺼버릴 확률이 높은 영화이니, 이 부분은 필히 감안을 하셔야 하겠습니다. 여하튼, 일반적인 영화는 아니니 꼭 참고하시길....
마지막으로, 이 영화 '비리디아나(Viridiana)' 는 어느 영화평론가가 꼽은 죽기전에 꼭 봐야할 영화 1001편에 선정이 된 작품입니다. 평론가의 평론 몇줄로 오늘의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 1960년에 스페인의 신세대 영화감독들은 1936년에 스페인을 떠난 루이스 브뉘엘에게 그후 처음으로 고국 스페인에서 다시 영화를 만들도록 설득했다. 그때 그가 생각해낸 프로젝트는 무척 아이러닉한 드라마였다.... 중략...
브뉘엘은 대본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주고 보수적인 사람들의 기분을 거스르는 특유의 능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초현실적 관조의 순간으로 가득한 이 영화는 브뉘엘의 영화 중 인간본성의 돌이킬 수 없는 어리석음과 인생의 감출 수 없는 희극성을 가장 완벽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남았다...-
p.s)영화 '비리디아나(Viridiana)' 는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 한 이 장면 때문에 상영금지 조치를 당했다고 합니다.
p.s)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입니다. 개주인이 개를 팔면서 날리는 대사인데요, '먹이를 줄이면 사냥을 더 잘해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개에 빗대어 쓴 비유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봤는데, 그러고보면 '루이스 브뉘엘' 이라는 사람은 솔직하면서도, 참 냉정하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