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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얼마전에 읽은 '조스주 베르나노스' 의 '악마의 태양아래서'에 탄력을 받아 그의 또 다른 작품인 '또 다른 무쉐트의 이야기' 를 읽었습니다. 무쉐트는 소설속 주인공인 14살짜리 어린 소녀의 이름으로, 그의 이전작인 '악마의 태양아래서'에도 똑같은 이름으로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이 있습니다.
이 조르주 베르나노스라는 작가의 작품은 읽다보면 작가의 또 다른 작품도 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게 합니다. 그리고 그게 이 작가의 힘인것 같구요. 말로 표현하긴 어려운데, 사람의 마음을 조용하게(?) 뒤 흔드는 무언가가 있어서 그러합니다. '악마의 태양아래서' 가 지극히 종교적인 내용의 종교소설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측면을 다루어서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는 반면, 오늘 읽은 이 '또 다른 무쉐트의 이야기' 는 조금은 감상적인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빠져들게 만든다는 측면에선 분명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14살짜리 무쉐트라는 어린 여자아이가 겪는 몇일간의 이야기가 소설의 주 내용으로, 결국은 '악마의 태양 아래서' 속에서도 등장하는 '무쉐트' 라는 여인처럼 주인공 소녀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배경도 다르고 상황이나 등장인물들도 다르지만 이름이 같은 이 두명의 여성은 묘하게 닮은점도 있는데, 그럴수는 없겠지만(소설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또 다른 무쉐트의 이야기' 속의 무쉐트가 죽지 않고 나이를 먹었다면, '악마의 태양 아래서' 속의 무쉐트로 자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듭니다.
가난한 집안, 술주정뱅이 아버지, 병든 어머니, 갓난 어린 동생... 주인공을 짓누르는 그런 척박한 환경뿐만 아니라 누구하나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는 주인공의 삶이 측은함을 넘어서 슬프다는 생각까지 갖게 만듭니다. 동네 사냥꾼에서 겁탈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실을 누구에게 알릴 수 없는 주인공의 상황, 더군다나 동네 사냥꾼의 알리바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주인공의 순수함(?)에는 글쎄요 말로 표현할만한 단어나 문장이 생각나지 않네요.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서는 이 무쉐트라는 소녀가 거칠고 무식한 아무 생각없는 단순한 인물(그걸 넘어서는 악에 가까운 아이...)로 여겨질수도 있겠지만, 따지고보면 그녀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면 그런 생각을 잠시라도 하게 되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선악을 따로 나눈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오늘 한번 더 어렴풋이 느끼게 됩니다. 이전 소설인 악마의 태양 아래서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인간이 나누는 편협한 시선의 선악은 의미가 없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영원히 지옥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형벌을 받는다는 자살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두 여인의 상황이 굉장히 슬프게 느껴지는데, 일반적인 종교인이 가진 시선의 인물은 분명히 아니였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쓴 '조르주 베르나노스' 라는 사람은...
여하튼, 종교적인 측면으로 들여다 봐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고, 그냥 인간의 고난 그리고 인간의 '삶'에 포인트를 맞춘 이야기라고 봐도 읽을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여겨지지는 소설로, 가급적이면, 작가가 작품은 쓴 순서인 '악마의 태양 아래서' 부터 읽으시고, 다음으로 이 '또 다른 무쉐트의 이야기'를 읽으시긴 권해드립니다.
아래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무쉐트' 라는 영화의 후기입니다. 제가 예전에 보고 쓴 글입니다만, 글도 영화도 전혀 생각나진 않네요.
아래는 이전작인 '악마의 태양 아래서' 후기... 역시 참고하시구요.
마지막으로 소설의 서두에 있는 '조르주 베르나노스' 의 글로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 이 소설 첫머리에서부터 무쉐트라는 이름이 아주 자연스럽게 내 머리속에 떠올랐다. 이 후로 나는 도저히 그 이름을 변형시킬수가 없었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무쉐트가 '사탄의 태양 아래'에 나오는 무쉐트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두 사람이 똑같이 비극적인 고독 속에서 살다가 죽었다는 점이다.
이 두 소녀에게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푸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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