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좋다 :: [조시- 석양에 빛나는 감]... 다카무라 가오루... 지치고 힘든 인간들의 한여름의 백일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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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추리소설작가인 '다카무라 가오루'의 작품 '조시- 석양에 빛나는 감'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1994년에 나온 작품을 작가 본인이 2004년에 개고한 문고판을 번역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론 '다카무라 가오루'의 책은, '황금을 안고 튀어라', '리오우', '마크스의 산'에 이어서 4번째 작품이였구요, 이로써 우리나라에 출간된 '다카무라 가오루'의 작품들은 모두 읽은 셈이 되었습니다.

 

 

'다카무라 가오루'의 작품을 읽은 땐 왠지 지친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순 없지만, 아마 너무 자세하고 또 상세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필력을 따라가기엔 저의 감성과 머리가 힘에 겨운 모양인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책을 읽게 되는 이유는 단 하나인데요, 바로 아주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다카무라 가오루'의 작품은 우리가 알고있는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조금은 모습이 달라보입니다. 어떤 범죄나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의 범인과 사용된 트릭 그리고 알리바이등을 찾아가는게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흐름이라면, 그녀의 작품들은 사건의 원인과 과정을 보여주고 또 되짚어 보는게 더 큰 요소인것 같습니다. 따라서 트릭이나 반전의 묘미를 만끽하려는 일반적인 추리소설 독자들에겐 조금은 껄끄러울수도 있다는 생각이듭니다.

 

특히나 오늘 읽은 소설 '조시- 석양에 빛나는 감' 같은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한데요, 보통의 추리소설에서 큰 축이되는, 사건의 발생과 해결은 이 소설에선 중요한 부분이 아니였습니다. 그러니까 이야기의 원인이 되어야 할 사건의 발생이 어찌보면 이 작품에선 책을 마무리 짓는 결말에 해당했던 것입니다. 이 부분이 저같은 보통의 독자 입장에선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들게 했는데요, 어찌되었건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였지만, 읽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는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일단 각설하고 책의 내용으로 조금 들어가자면,

뜨거운 여름, 도쿄의 전철역에서 한 여인이 지하철에 뛰어드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우연히 이 사건을 목격한 주인공인 형사는, 사건현장에서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한 여인을 뒤쫓게 됩니다. 그 여인에게 묘한 매력을 느껴버린 그는, 그녀가 잊고 지내고 있던 어린시절 친구의 정부임을 알게 되고 또 한번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한편, 주인공의 친구는 어린시절 여성편력이 심했던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는데...

 

이 소설 '조시- 석양에 빛나는 감'은 위에 말씀드린데로, 일반적인 추리소설로는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딱 꼬집어 이러이러한 장르의 작품이다 라고 말하기도 어려운데요, 어떻게 보면 전작인 '마크스의 산' 처럼 '경찰소설'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아니면 등장인물들의 행태에 따라 일종의 '로맨스' 소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추리소설이 주는 즐거움이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것이, 소설속 인물들을 옥죄어가는 사건들의 발생과 그것과 더불어 그들의 마음을 갉아먹어가는 여러 복잡한 상황들이 발생함에 따라 차츰차츰 긴장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야기가 흘러가면 갈수록 '서스펜스'는 커진다는 말 되겠습니다.

 

 

위에 말씀드렸듯이, 어떻게 보면 이야기의 원인이 되어야 할 사건들이 이 작품에선 이야기의 결말로 끝맺음을 짓게 됩니다. 범인을 그렇게 파국으로 몰고가는 과거의 트라우마들, 그리고 그를 괴롭히는 현재의 여러가지 잡다한 문제들,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이 합쳐져서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데요, 이 책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등장인물의 복잡한 머릿속처럼, 책을 읽다보면 독자인 '나'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 안개라도 낀것처럼 둔탁하고 흐릿해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웬지 등장인물의 머릿속에 내가 들어가있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이렇듯, 다시 말씀드리지만, 아주 재미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을 상당히 지치게 만드는 독특한 특징이 있는 작품이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결말을 맺게 해주는 살인이라는 것이 어찌보면 그 이유와 원인이 명확하진 않습니다. 소설속 범인이 희생자를 그렇게 죽였어야하는 이유와 그를 죽여서 얻는 이득이라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이런 특별한 목적이 없는 살인과 그 발생의 원인을 그리고자 하지 않았나 하는것이 제 생각입니다.

어렸을적부터 오랜시간 자신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던 트라우마와 현실의 복잡한 문제들, 거기다가 육체의 한계에 이른 피로까지 겹쳐지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컨트롤 하지 못한 한순간, 그 한순간에 발생할 수 있는 안타까운 행동을 그리고자 했던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대다수의 강력범죄의 원인이 이런 이유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순간, 자신을 놓쳐버리는 그 한순간 때문에 말이죠...

 

 

여기까지가 제가 '다카무라 가오루'의 '조시- 석양에 빛나는 감'을 읽은 느낌이구요, 다른 분들은 어떠실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위에 말씀드린데로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추리소설 독자들에겐 양날의 검일수는 있겠으나, 보통의 일반소설의 독자들에겐 크게 어필이 될것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문학소설로 보고 읽어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아보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설명한것 처럼 보통의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작가 '다카무라 가오루'는 상당히 필력이 있는 작가입니다. 특히나 인물이나 배경 혹은 사실등의 묘사나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 문장들에선 독자들이 지칠정도로 섬세함을 자랑하는데요, 이 작품에서도 그런 그녀의 장기가 돋보입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주물을 생산하는 공장의 모습들이나, 야쿠자와의 내기 도박의 모습을 설명하는 장면들, 또는 미술에 관한 상식이나 배경지식들을 열거하는 장면들에선 특히 그런점들이 부각되어 보였는데요, 일반소설을 즐겨 읽으시는 분들에게는 그런 부분이 오히려 큰 재미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마무리를 지으려다 또 말이 길어지네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다카무라 가오루'의 작품들은 네작품 밖에 안되지만 전 모두 다 읽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하면 재미있다는 소리입니다. 개인적으론, 재미없거나 혹은 취향에 맞지 않다 싶으면 같은 작가의 작품은 한두작품만 읽고 접어버리는게 제 습관인데, 이 작가의 작품은 현재까진 크게 실망시킨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기회가 되시면 꼭 읽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다만 한가지 알아두셔야 할거 한가지, 독자들을 아주 지치게 만든다는 점....^^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p.s) '조시'란 불타는 저녁노을의 색깔, 즉 잘 익은 감의 색깔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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