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좋다 :: [버마의 하프(The Burmese Harp)]... 이치가와 곤(Kon Ichikawa)... 전쟁, 상처, 깨달음, 해탈, 치유 그리고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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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가와 곤(Kon Ichikawa)' 감독의 영화 '버마의 하프(The Burmese Harp)'를 보았습니다. '야스이 쇼지', '미쿠니 렌타로' 주연의 이 일본영화는 1956년에 제작되어진 '전쟁 드라마' 장르의 작품입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1957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구요, 1956년 베니스 영화제에선 '황금사자상' 후보에 오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현재 imdb평점은 8.1점입니다.

 

 

몇일 전에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보니, '오갱끼데스까(영화 '러브레터')'로 유명한 영화감독 '이와이 슌지'가 한 발언이 이슈가 되었더군요. 대충 읽어보니 '침략과거를 일본은 미쳤다'라는 말이나, '자국편애 역사해석은 나라의 독'이라는 등의 자신의 나라가 현재 행하고 있는 어리석은 행위들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을 한, 아주 소신있는 말들을 했던데요, 요즘 '다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두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고, '이 사람 상당히 생각이 깨어있는 사람이고, 또 아주 솔직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이와이 슌지' 뿐만이 아니라 일본전체에도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많을거란 짐작은 드는데요, 오늘 본 일본산 전쟁영화 '버마의 하프(The Burmese Harp)'를 보니 '이와이 슌지' 감독이 한 발언을 비롯해, 이런저런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전쟁에 관련된 영화의 리뷰를 쓰다가 간혹 제 의견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감독에 의해서 만들어진,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반성하고, 정식으로 비판한 영화는 아직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 제 경험을 말씀을 드린적이 몇차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평점이 상당히 높은, 오늘 본 영화, 이 '버마의 하프(The Burmese Harp)'라는 작품은 그러한 영화냐....?

아니요. 이 작품 역시도 그냥 전쟁에 대한 아픔만 보여줄 뿐이였습니다. 그러니까 전쟁의 참혹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수 많은 반전영화들 중에 한편일 뿐이였다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반성을 보여주는 그런 영화이길 바랬는데, 그러한 내용의 작품이 아니라서 조금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각설하고, 영화의 내용으로 들어가서...

주인공은 버마에 파병된 일본군입니다. 일본이 패전한 3일뒤, 자신이 속한 부대는 영국군에게 항복을 하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산속에 있던 또 다른 일본군 무리는 항복을 하지 않고, 영국군과 대치중입니다. 자발적으로 나선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산중에 있는 일본군 무리에게 가서 항복을 종용하지만 모두들 그의 설득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결국 다 전사합니다. 폭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는 여러장소에서 참혹한 죽음 보게 되는데....

 

황량한 모래바람이 부는 황무지를 보여주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빼어난 영상미와 함께 매우 서정적이며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나, 전쟁의 참혹성과 인간본성의 선함이라는 약간의 상반되는 이미지들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데요, 영화자체의 메세지가 훌륭하다는 점과 상당히 아름답고 서정적인 영화라는 점에선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있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솔직하고 냉정하게 자신의 나라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선 크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물론, 이 영화 '버마의 하프(The Burmese Harp)' 혼자만 그런 큰 '멍에'를 쓸 이유는 없겠지만, 언제나 전쟁에 관련된 일본 영화를 볼 때면 항상 떠오르게 되는, 개인적인 오래된 소망이 겹쳐지게 되는 건 어쩔수가 없는것 같습니다. 도대체 언제쯤이나 '일본의 반성'이 담긴 전쟁영화를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성격이 삐뚤고 모가나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특히나 이 영화에서는 개인적으로 기분이 나쁜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게 뭐냐하면, 기본적으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일본인들은 모두 다 선하고 불쌍한 사람들 뿐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악인'은 한명도 없더군요. 웬만하면 이러한 전쟁영화엔 '절대악'이 한명정도는 나올 법도 한데, 이 작품에는 눈씻고 찾아 봐도 없습니다. 모두다 착하고, 순수하고, 선하고.

물론, 이 작품에 등장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힘없는 일반병사들이야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정말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점은 인정하긴 합니다만, 전쟁광이나 침략야욕에 불타는 악한 모습을 지닌 인물은 커녕, 전쟁영화에서 제법 흔하게 볼 수 있는, 그 흔하디 흔한 단순히 폭력적이면서 야비한 인물조차 한명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주 냉철하고 현실을 직시한 반전영화나, 일본의 반성이 확실하게 담긴 반전영화는 아니라는 말되겠습니다. 그냥 선하디 선한 반전영화...

 

개인적인 생각으론, 일본인들은 무엇이든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을 잘 하는것 같습니다. 티비 같은데서 보면 별것도 아닌것 같은데 과하게 칭찬하는 장면들을 보면 그런 느낌이 많이 드는데요, 이 부분은 딱히 나쁘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부분은 고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크게 듭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한창 말이 많은, 과거사나 전쟁관련 부분에 대해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책임있는 반성의 모습이 꼭 필요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영화 리뷰를 쓰다가 또 개인적인 의견으로 빠져버렸습니다. 일단 죄송하구요...

개인적인 생각들만 너무 많이 쓰다보니, 영화완 상관없는 다른 쓸데없는 말들이 많아져버려, 오늘 본 영화 '버마의 하프(The Burmese Harp)'가 웬지 나쁜 영화인것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건 오해이시구요, 이 영화 '버마의 하프(The Burmese Harp)'는 상당히 좋은 반전영화입니다. 특히나, 딱딱하고 무거운 '전쟁'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서정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작품이였데요, 음악이 많이 쓰여졌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보면서, '즐거운 나의집'이라는 노래가 그렇게 슬픈 노래인지는 처음알았네요.

무슨 소리냐구요, 그건 영화를 보시면 아십니다. 여하튼 이 작품, 매우 서정적인 '반전영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와이 슌지' 감독이 표현하고 있는 말의 핵심처럼, 아주 냉철하면서도 과거와 현실을 직시한, 그리고 일본의 순수한 반성이 담긴 '반전영화'를 한편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말이 나온김에 '이와이 슌지'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러기는 쉽진 않겠죠.^^

여하튼, 언제 어디서든 전쟁은 안 일어 났으면 좋겠습니다. '일본'과 '중국', 큰 부딪힘 없이 잘 해결되면 좋겠구요...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p.s)이 영화는 같은 감독에 의해 또다시 1985년에 리메이크 되었다고 나와 있네요. 하지만, 그다지 평점은 좋진 못합니다. 6.6점.

이 사실을 보니 최근 리메이크를 발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가 개인적으로는 떠오르는데요, 감독 본인의 리메이크는 가급적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게 듭니다. '블레이드 러너' 역시, 그냥 '저주받은 걸작'으로만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는데, 여하튼 이왕 새로 나올거라면 기대보다 훨씬 멋진 작품으로 만나기를 바래봅니다.

 

p.s2)개인적으로 '이치가와 곤' 감독의 영화는 처음인것 같은데요,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재미난게 있습니다. 예전 그가 연출한 작품들중 다수가 일본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네요. 특히나, '요코미조 세이치'의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한 작품들이 많은데, 기회가 되면 꼭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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