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고쿠 나츠히코'의 '광골의 꿈'을 읽었습니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책은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백기도연대 풍', '항설백물어', '웃는이에몬', '싫은 소설'에 이어 7번째입니다. (백기도연대 '우'는 왜 안 읽었을까요...?)
개인적인 의견으론, 일본소설가 중에서는 이 '교고쿠 나츠히코'의 책들이 가장 재미있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나라의 '전설의 고향'과 거의 흡사한 형태를 띠는 일본의 '괴담'과 '초자연적인 현상'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 가선 그 모든것이 어리석은 사람의 욕심과 집착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들이라는 일맥상통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일관성있는 소재들과 결론은 재미도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메세지 또한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가 많이 있는데요, 제가 읽어 본 결과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은 거의 없었던것 같습니다.
이렇듯 아주 재미난 이야기들이 주는 즐거움과 더불어 그 효과를 더욱 배가시켜주는 요소가 하나 더 추가되는데요, 그게 바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입니다. 특히나,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굉장히 다양할 뿐만 아니라, 인물 각각의 독특한 매력과 특기들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을 무척 다이나믹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웬만한 작품들에선 주인공을 맡을 만큼의 역량과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그의 작품에선 엑스트라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그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강력한 포스와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우부메의 여름'이나 '망량의 상자', 그리고 오늘 읽은 '광골의 꿈'과 같은 장편에 주로 등장하는 '교고쿠도'를 위시한 기타 인물들.
작가의 이름과 똑같은 이름으로 등장하는 이 '교고쿠도'라는 인물은, 작품속에서 탐정의 역할을 하는 고서점 주인입니다. 정말 세상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선 모르는게 거의 없는것 처럼 보이는 이 주인공은 어떤 경우에는 얄미울 정도로 박식함을 자랑합니다. 거기다가 건장하고 정의롭지만 때론 무대포인 형사 '기바', 무늬만 탐정인 '에노키즈', 삼류소설가 '세키구치' 등등 셀수도 없이 많은 주,조연 엑스트라들이 꼼꼼히 그의 작품속에서 자신의 개성을 뽐내고 있는데요, 책을 읽다보면 그들의 일상적인 대화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느낄수가 있는 그러한 캐릭터들입니다.
또, 항성백물어 시리즈와 같은 단편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들인데요,
말로써 사람을 현혹시키는 모사꾼 '마타이치', 변장술의 달인 '지헤이', 홍일점인 인형사 '오긴', 거기다가 괴담의 달인인 '모모스케'까지, 어떨땐 이 주인공들이 진짜 악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일들을 꾸며 냅니다. 특히나 이들은 사건을 해석하는 역할을 주로하는 '교고쿠도'와는 달리, 그들 스스로가 악인을 처벌하는 모습까지 모여주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이 인물들이 나오는 시리즈가 더 다이나믹한 즐거움을 주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듯 말씀드린데로, 이 '교고쿠 나츠히코'라는 작가의 소설들은 등장인물의 캐릭터 만으로도 반정도는 먹고 들어갑니다...
그럼 오늘 읽은 '광골의 꿈' 줄거리를 조금 이야기 해드려보자면,
1950년대 일본. 저명한 괴기소설가 우다가와의 아내 아케미는, 전남편의 죽음과 함께 잃어버렸던 기억을 더듬으며 8년의 시간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되살아나는 기억 속에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기억이 문득문득 섞여들어 그녀를 불안하게 합니다. 점차 경계가 애매해져가는 자신의 인생과 꿈속 여인의 기억으로 괴로워하던 아케미. 8년 전에 죽은 전남편이 찾아오는 환상과 또 그를 계속 해치는 환상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교회에 참회를 하러 가게됩니다. 그곳에는 형사 기바의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 후루하타가 식객으로 머물고 있는데요, 그가 생각하기엔 그녀는 정상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찾아오는 전남편을 해치는 꿈을 꾸는데...
이 작품 '광골의 꿈'은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아니, 중요한 사건은 몇가지 되질 않는데, 곁다리로 설명하는 부분들이 그 몇배는 된다고 봐야겠지요. 수많은 일본의 민담, 괴담, 전설,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건들에서부터 시작해, 정신분석학으로 대표되는 프로이트와 융에 관한 이론과 가설 그리고 사실들, 거기다가 기독교, 불교등과 같은 종교적인 이야기들까지, 개인적으로는 정말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 내용들이였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힘든 독서가 되었는데요, 위의 부제목처럼 너무 많이 아는 사람과 대화를 할때 느껴지는 '자괴감'과 '지루함'이 동시에 느껴진 작품이였다고 할까요,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추리' 부분이 집중적으로 설명된 사건들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들였지만, 그걸 받쳐주는 뒷이야기들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머리가 아플지경이네요. 그리고 아시다 시피 이 일본의 이름과 지명같은게 좀 헷갈립니까, 말씀드렸듯이 여기에 나오는 기본적인 등장인물들도 헷갈정도인데... 여하튼 여러분들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조금은 각오하고 읽으셔야 할 정도로 많은 사실들을 배경으로 이야기하고 있구요, 작가의 박식한 지식들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이 '교고쿠 나츠히코'라는 작가의 작품들은 흥미로운건 사실입니다. 책이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로만 가득하고, 작가의 박식함만 자랑하는 작품이라면 저 같은 보통의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긴 쉽진 않을겁니다. 중요한건 재미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추리소설, 괴담 혹은 요괴소설이 줄수 있는 즐거움을 한껏 주고 있다는 점때문에 가끔씩은 느끼게 되는 작가의 박식함에 대한 자괴감과 동경 그리고 지루함 등은 상쇠가 되는것입니다.
여하튼, 이 '교고쿠 나츠히코'의 책은 일단은 재미가 있습니다.^^
오늘은 읽은 책인 '광골의 꿈'에 대한 내용보단 '교고쿠 나츠히코'에 대한 칭찬이 더 많은것 같네요. 그건 아마 이 '광골의 꿈'이 이전에 읽었던 다른 작품들 보다 더 난해하고 복잡한 사실들을 많이 깔아놔서 일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작품중에선 제일 머리가 아팠구요, 지치게 만든 작품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처럼 충분한 재미는 제공해 주었구요, 아직 읽지 않은 다른 작품들이 기대가 됩니다. 얼마전에 나온 '항설백물어'시리즈 중에 신작 한권은 1000페이지정도 되던데, 이것도 빨리 사서 읽어봐야겠습니다. 무척 궁금하긴 합니다만, 일단 책이 너무 길다는 점과 또 너무 비싸다는 점이 부담이 되긴합니다.(2만원 넘더군요..)
여하튼 기회가 되면 읽고, 꼭 리뷰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p.s)최근에 읽은 책중 가장 재미있었던것 같습니다. 참고하시길...
▶ 2012/07/16 - [책 읽는 즐거움/추리소설 리뷰] - [제노사이드(genocide)]... 다카노 가즈아키... 일단, 올해 오늘까지 읽은 책중에서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