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좋다 :: 붉은 수확(Red Harvest)... 대실 해밋... 열일곱 번째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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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구입했다고 자랑질했던 대실해밋의 전집중 1권인 '붉은 수확'을 읽었습니다. 일단 이 책, 아니 이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일급작가라고 칭찬을 할만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011/12/16 - [책 읽는 즐거움/추리소설 리뷰] - '리얼리티'의 중요성... 심플 아트 오브 머더... 레이먼드 챈들러

이 작품은 1929년에 출간된 '대실해밋'의 첫번째 장편입니다. 이 책은 샌프란시스코의 '콘티넨탈'이라는 탐정사무소 소속 탐정인 '나' 라는 탐정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으로, 두번째 장편인 '데인 가의 저주'까지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너무나도 유명한'샘 스페이드'는 3권인 '몰타의 매'에 가서야 만나게 되겠군요...

이 책, 일단 죽이더군요.. 뭐라고 표현할까요.. 너무 복잡하며, 너무 잔인하고 하지만, 너무도 쿨한.... 제가 지금까지 읽은 추리소설중에 가장 많은 등장인물과 복잡한 배치를 자랑하며, 그 등장인물들이 거의 대부분 죽어나간다는 점에서 놀랍다라는 표현밖에 할수가 없을것 같습니다. 방금전에 책을 다 읽었습니다만, 아직까지도 누가누구인지,또 누가 어떻게 죽었는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을 정도니까요... 아니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죽어나가는 바람에 그냥 대충 무시하고 넘어간 부분도 제법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왜 책 제목이 '붉은 수확(Red Harvest)'인지 읽어보신 분들은 심하게 동감하실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등장인물과 복잡한 사건들, 그리고 살인들이 마지막에 가선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쿨'하게 끝나버린다는게 깔끔하다고 할까요, 시원하다고 할까요.. 여하튼 이책과 비슷한 (예를 들자면 '레이먼드 챈들러'류의) 작품들을 읽었을때 남는 여운이라든지, 씁쓸함 같은건 전혀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버립니다.. 좋은건지 나쁜건진 모르겠습니다만, 후련하긴 하네요...

그런데 한가지 의아스러운점은, '레이먼드 챈들러'가 그의 수필 '심플 아트 오브 머더'에서 강조한 '리얼리티'가 '대실 해밋'의 소설 '붉은 수확'에서 느껴지느냐 하는 점입니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리얼리티'라고 했거든요.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살리는 '일급작가'가 바로 '대실 해밋'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많은 수의 등장인물이 죽어나가는, 추리소설이라기 보단 오히려 웨스턴이나 전쟁물에 가까운 이 작품이 '리얼리티'를 살린 작품이 될수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아마 제 생각엔, 사건 사고때문에 발생하는 죽음이라든지 살인같은 외형적인 결과물 보단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행동등에 초점을 맞춘 의미인것 같습니다. 예로 사람들이 쉴세없이 죽어나간다는 점을 제외하곤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들과 거의 흡사한 분위기이거든요.

책의 내용으로 조금 들어가면,

탐정사무실 소속 탐정인 '나'는 퍼슨빌이라는 곳에서 의뢰인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시간에 의뢰인은 집에 없구요, 곧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는 이 '퍼슨빌'이라는 동네가 악당들의 소굴임을 알게됩니다...

이 작품은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한페이지당 한명씩은 죽어나갑니다.. 실제 제가 수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이름없는 등장인물들까지 포함한다면, 거의 전쟁영화 한편에 나오는 사상자들 만큼은 될것 같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나서 전혀 거리낌없고, 깔끔한 기분이 드는건 아마 죽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악당'들이기 때문일겁니다. 주인공 '나'는 의뢰를 받고 도착한 마을에서 '의뢰인'이 살해당한 후에 곧 마을전체가 악당들로 가득하다는걸 느끼게 됩니다. 이때부터 주인공의 활약이 시작되는데요, 악당들이 서로를 노리게끔 만듭니다. 때론 윽박지르고 협박하고, 때론 꼬시기도 하며, 때론 거짓말도 해가면서 농락합니다. 자기손엔 피한방울 묻히지 않고 악당들을 하나씩 처리하는데요, 은근히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집니다.

추리소설이나 범죄소설이 취향에 맞지 않는 분들이 보시기엔 어쩌면 거부감이 느껴지실수도 있을만큼 복잡하고,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는 작품이지만, 전 너무 재미나게 보았습니다. 신나는 슈퍼히어로물 한편을 감상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왜 백년가까운 시간이 흘렀어도 '고전'으로 칭송받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알듯합니다.. 그에 비하면 요즘 나오는 추리소설들, 그중에도 이 '대실 해밋'이나 '레이먼드 챈들러'와 닮고 싶어하는 작가들의 책들은 '학예회' 수준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웬만하면 다른 작가나 다른 종류의 책을 읽고, 다음 책 '데인 가의 저주'를 읽으려 했습니다만, 바로 달려야겠습니다.. 무척 기대가 되는군요..

끝으로, 한가지 예상밖인 점은요, 읽기전엔 어렴풋이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들이나 '로스 맥도날드'의 작품들처럼 축축하게 늘어지고, 씁쓸한 뒷맛이 있는 '하드보일드' 일거란 생각을 했는데요, 셋 중엔 가장 쿨한 스타일인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론 뒤로 갈수록, 그러니까 '로스 맥도날드'에 이르러서 가장 늘어지고 끈적끈적한 스타일의 '하드보일드'가 완성된것 같네요.. 그냥 그런 생각이듭니다..

p.s)책에 적힌 소개글을 조금 올리려고 합니다. 가장 정확한 표현인것 같아서요..

하드보일드 시대를 최초로 연 대실 해밋의 데뷔작- 위험에 맞닥뜨린 인간의 잔학성과 시니시즘을 완벽하게 그려내어 하드보일드의 신세계를 개척한 전설적인 작품...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위의 추천한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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