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터(The Visitor)]... 토마스 매카시(Thomas McCarthy)... 각박한 세상, 때문에 친구를 만들기도 또 그 관계를 유지하기도 쉽지가 않다...
영화 보는 즐거움/아카데미영화제 2012. 9. 28. 09:00'토마스 매카시(Thomas McCarthy)' 감독의 영화 '비지터(The Visitor)'를 보았습니다. 2007년에 제작된 이 미국영화는, '리차드 젠킨스(Richard Jenkins)' 주연의 '드라마' 입니다. 참고로 이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리차드 젠킨스(Richard Jenkins)'는 2009년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었구요, 이 작품의 현재 imdb평점은 7.7점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또 나이를 먹을수록 드는 생각인데요, 친구 만들기가 참 쉽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예전, 학창시절에만 해도 매년 반이 바뀌어 새로운 얼굴들로 주위를 채우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새 장난을 칠 정도로 사람들과 친해지기가 쉬웠었는데, 나이를 한살한살 들어갈수록, 특히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 나서 사회인이 된 이후로는 그시절 만큼 주위 사람들하고 친해지고 소통하기가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아마도 제 스스로가 눈에 보이지 않는 벽같은 것을 쌓은것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그 만큼 그 벽을 제거하기도 쉽지가 않다는 설명이 될 듯도 한것 같습니다.
특히나 학창시절과는 달리 사회라는 곳은, 개개인에게 보다 냉정하고, 또 평가되어지고 비교되어지는 항목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타인에게 쉽게 자신을 내보이기가 쉽지 않아 더욱 그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학창시절엔,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는 그냥 부러움의 대상정도 일 뿐이였습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런 친구에게 공부 못하는 다른 친구가 자신의 성적향상을 위해 노트를 빌려달라고 하면 아마 열에 아홉은 아무런 조건도 없이 자신의 정리가 잘된 노트를 빌려 줬을 겁니다.
하지만, 이 사회라는 곳은 그렇지가 못해서 능력이 없는 자는 능력 있는 자를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 시기 질투의 대상으로 삼고, 또 반대로 능력이 있는 자는 능력이 없는 자를 깔보고 무시하거나 아니면 경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물론 전혀 그렇지 않은 사회조직이나 집단도 있겠지만, 제가 볼땐 학창시절 만큼의 순수한 마음으로 주위사람들을 대하는 '사회인'들은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특히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일은, 이런 부분 때문에 사회인이 되고 나서, 어릴적 순수했던 시절의 친구들과의 관계까지도 소원해지는 일입니다. 아마도, 학창시절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던 점들이 나이를 먹어선 웬지 껄끄러워지고, 또 신경이 쓰이게 되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이 부분도 현실적으로 어쩔수가 없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한 친구는 사회적으로도 아주 잘나가고 연봉도 많고 시간도 많습니다. 반면에 한 친구는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렵고, 시간도 나질 않습니다. 이런 두명의 친구가 학창시절엔 아주 절친한 관계였다 하더라도, 사회인이 되고나서는 그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하기가 쉬울까 라는 물음이 듭니다. 그러니까, 이 두명의 친구가 학창시절때 처럼 자신의 속내를 다 내놓고 술한잔하기가 쉽겠습니까? 물론 그런 차이 정도야 무시하고 넘어서야 진정한 친구라고 부를수가 있겠지만, 말은 쉽지 현실은 그렇지가 못한것 같습니다.
우스운게 학교를 다닐때는 그러한 점들이(예를들어 능력이나 빈부의 차이) 중요하게도, 또 크게 피부에 와 닿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도 쉬웠고, 또 유지하기도 쉬웠던것 같습니다. 아마도, 대다수의 나이 먹은 사람들이 '그때가 좋았지.' 라고 하는 까닭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마디로 순수했었을때가 그립다는 말이겠죠..
영화 리뷰를 쓰다가 또 이상한곳으로 빠지는것 같네요...
그냥 오늘 소개할 '비지터(The Visitor)'라는 영화를 보니, 옛 친구들도 생각이 나고 또 친구란 뭘까라는 의문도 들고, 과연 이 나이에도 새로이 좋은 친구를 사귈수 있을까 라는 물음도 들고해서 이렇게 서두가 길어졌습니다. 여하튼, 어린시절에 만난 좋은친구들과 오래오래갔으면 좋겠구요, 그 친구들 만큼 좋은 새로운 친구들도 만날수 있으면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각설하고, 영화의 내용으로 조금 들어가서...
주인공인 '리차드 젠킨스(Richard Jenkins)'은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 외로이 살고 있는 대학교수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예전에 살았던 옛집을 방문한 그는, 그곳에서 한 커플을 만나게 됩니다. 오고갈데도 없던 그들이 자신의 집에서 몰래 생활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들을 자신의 집에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주인공은 나중에 그들이 불법체류자인걸 알게 되는데요...
이 영화 '비지터(The Visitor)'는 '불법체류자'와 '친구'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그러니까 위기에 처한 '불법체류자'와 그들을 도우려는 한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간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어찌보면 조금은 식상한 소재인것 같긴 합니다만, 감독이 가진 탁월한 감각으로 영화는 잔잔하지만 아주 흥미롭고 감동적으로 흘러갑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 '프로메제(약속)'가 생각이 났습니다. 아마, 스타일은 확실히 다르긴해도, '불법체류자'와 '친구'라는 비슷한 소재에서 풍기는 냄새가 같아서 인것 같습니다.
여하튼, 소재의 평이함에 비해 연출은 아주 훌륭해서 영화가 확실하게 돋보입니다. 물론 위에 말씀드린 주연배우 '리차드 젠킨스(Richard Jenkins)'의 연기 또한 거기에 한 몫을 하구요.
이 작품을 연출한 '토마스 매카시(Thomas McCarthy)' 감독은 이 작품 '비지터(The Visitor)'를 포함해서 현재까지 총 3작품을 연출했습니다. 2003년 작 '스테이션 에이전트(The Station Agent)', 그리고 오늘 본 영화인 2007년작 '비지터(The Visitor)', 마지막으로 작년 2011년에 내놓은 작품 '윈 윈(Win Win)' 까지.
다작을 하는 감독은 아닌지라 작품수가 많진 않지만, 그 퀄러티는 상당히 높은편 이라는게 제 개인적인 의견인데요, 아마 그의 작품을 모두 보신분이라면 제 의견에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그는, 내성적이며 의기소침하고 소극적인 인물들을, 그렇지만 각자 나름 선한 인격을 가진 인물들을 그려내는데 그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인물들의 캐릭터나 특성을 아주 현실감있게 창조해내고 그려내는게 장기처럼 보여집니다. 그러니까 외롭고 지친, 하지만 선량한 인물들의 우정쌓기와 그들만의 소통이 그의 영화들의 주요 내용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영화들을 보다보면 보는 즐거움과 함께 잔잔한 감동까지도 느끼게 되는데요, 거기에 더불어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유머까지도 간간히 보여줌으로써 영화보기의 즐거움을 배가 시키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의 영화에서 이 '유머'라는 요소가 상당히 돋보이는것 같습니다. 아주 유쾌하지만 과하지 않은 '유머'들, 그런 유머들이 인생의 씁쓸한 순간들을 오히려 밝게 희석시켜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저의 평가들은 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면면을 보시면 어느정도 감이 오실듯 한데요,
2003년에 만든 영화 '스테이션 에이전트(The Station Agent)'에서는 '피터 딘클리지(Peter Dinklage)'가, 2011년 작 '윈 윈(Win Win)'에선 '폴 지아마티(Paul Giamatti)'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상당히 '인간적인' 이미지의 캐릭터를 가진 배우들 입니다. 그리고 영화내에서 유머도 사용도 효과적으로 할줄 아는 그런 배우들입니다.
여하튼, 그의 영화를 보다보면 확실하게 느낄수 있는 점이 있는데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이끌어 내고 또 활용하는 법을 잘 아는 감독이라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토마스 매카시(Thomas McCarthy)' 감독의 영화의 장점을 하나 더 꼽으라면,
오늘 본 영화 '비지터(The Visitor)'를 포함해서 그의 작품들은 뭐든 과하지가 않다 라는 점입니다.
첫번째 예가 위에 말씀드렸듯이 효과가 아주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용이 과하지 않은 '유머'입니다.
두번째는, 무거운 주제에 속하는 '사회문제'에 대한 접근이 절대 과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여러가지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이 절대로 강해보이진 않습니다. 그냥 관객에게 슬쩍 보여주고 조금 생각해 보라고 일러주는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보는이가 불편하게 느낄 정도로 강요하진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그의 작품의 주연을 맡은 배우들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두 나름의 연기력을 자랑하는 연기파 배우들입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연기를 아주 잘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출연한 작품들에선 절대로 튀어 보이는 배우들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마, 이 점이 이들을 캐스팅한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러니까 배우가 너무 튀어버리지 않게, 또 배우의 연기가 너무 튀어버려 영화의 현실감이나 영화자체가 죽어버리지 않게 하기위한 캐스팅과 연출이 아니였나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설명이 잘되었나 모르겠네요...
여하튼, 여기까지가 제가 이 영화 '비지터(The Visitor)'를 본 느낌이구요, 다른 분들은 어떠실진 모르겠네요.
한가지 확실한 건, 이 '비지터(The Visitor)'라는 영화를 포함해서 '토마스 매카시(Thomas McCarthy)' 라는 감독이 연출한 영화들은 모두 제 취향에는 아주 맞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긴 합니다만....
혹, 저와 비슷한 취향이신 분은 분명히 그의 작품 모두를 아주 재미나게 즐기실수 있을 겁니다. 당연한 소리이긴 합니다만, 일단 제 의견은 그러하네요...^^
조용한 드라마, 하지만 축 쳐지지 않고 밝고 유쾌한 유머가 가미된 드라만, 하지만 또 그렇게 가볍지 만은 않은 드라마를 원하신다면 이 영화 '비지터(The Visitor)'를 권해드립니다. 혹 보시고 재미가 있으셨다면, 같은 감독이 연출한 다른 작품들도 추천해드립니다. 거의 비슷한 재미와 감동을 느끼실거라 확신합니다...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p.s) 이 영화의 감독 '토마스 매카시(Thomas McCarthy)'는 배우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네요. 전 얼굴을 보니 가물가물 한 것이 기억이 날듯 말듯 하기만 합니다. 누군지 알아보시는 분 혹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