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Once Upon a Time in Anatolia)]... 누리 빌게 제일란(Nuri Bilge Ceylan)...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영화 보는 즐거움/칸영화제 2012. 9. 9. 09:00'누리 빌게 제일란(Nuri Bilge Ceylan)' 감독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Once Upon a Time in Anatolia)' 를 보았습니다. 2010년도에 제작된 이 터키영화는 2011년 칸국제영화제에서 '다르덴형제'의 '자전거 탄 소년'과 함께 '심사위원대상'을 공동수상했습니다. 황금종려상은 아시다시피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가 수상했구요. 참고로 이 작품의 현재 imdb평점은 7.8점입니다.
개인적으로 '누리 빌게 제일란(Nuri Bilge Ceylan)' 감독의 영화는 '쓰리 몽키스' 이후에 두번째입니다.
제가 이 감독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쓰리몽키스'의 리뷰에서도 말씀을 드렸듯이, 이 감독은 '칸 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임에는 틀림없는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누리 빌게 제일란(Nuri Bilge Ceylan)' 감독이 연출한 장편영화는 총 6편입니다. 그중에서 4편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구요, 이 작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Once Upon a Time in Anatolia)'와 또 다른 영화 '우작'이 수상한 '심사위원대상' 2회를 포함해, 전 작품이 크건 작건 모두 다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이쯤 되면 정말 깐느가 사랑한 감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칸 영화제'가 사랑하는 만큼, 그 역량도 뛰어나다고 봐야겠구요...
이 감독 '누리 빌게 제일란(Nuri Bilge Ceylan)'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 이야기해보자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법을 아는 사람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수로 치자면 고음만 내지르는 스타일이 아닌 강약의 리듬을 탈줄 아는 그런 스타일인것 같습니다. 청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없지만, 노래를 참 맛있게 부른다고 할까요.
거기다가 전통가요도 잘 부르는것 같고, 또 종류가 전혀 다른 발라드도 잘 부르는 것 같은, 타고난 가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제가 영화를 딱 두편만 본 상황에서 이렇게 말하면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보이네요.
거기다가 하나더, 모든 작품의 각본까지 자신의 손을 거치니 가수로 치면 '싱어송 라이터'인 것입니다. 그것도 작곡에 능력이 탁월한...
이러한 요소들이 '칸 영화제'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가 아닌가 혼자 생각해봅니다. 아니면 말구요...^^
그러면 영화의 줄거리로 조금 들어가 볼까요...
사람을 죽였다고 자백한 용의자와 함께 검사, 경찰서장, 부검의 등등이 밤새도록 희생자가 묻혀진 장소를 찾아 해맵니다. 여러차례 정확한 장소를 헛짚는 등의 소동끝에 결국 희생자의 시신은 발견이 되구요, 병원으로 옮겨져 부검되면서 영화는 끝이납니다.
이 작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Once Upon a Time in Anatolia)'는 제가 이전에 본 영화 '쓰리 몽키스'와는 완전히 달라보이는 스타일의 작품이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마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서는 많은 논란이 있을것도 같은데요, 개인적인 평가를 내려보자면 '쓰리 몽키스'가 3류 통속소설을 자극적인 양념으로 맛있게 만들어낸 요리라고 한다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Once Upon a Time in Anatolia)'는 아주 고급요리지만 보통사람들의 입맛에는 잘 맛질 않는 그런 요리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Once Upon a Time in Anatolia)' 라는 영화는 미식가의 입맛에 맞춘 요리 혹은, 요리사가 직접 음식을 주문한 사람 (그러니까 관객이 되겠죠)에게 요리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그 맛을 어느정도 알수가 있는 그런 작품인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중요한건, 이런 요리는 요리사의 설명을 들어도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은 그 맛을 잘 모를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여하튼, 요리로 치자면 쉽고, 간단하고, 맛있고, 빨리 먹을수 있는 그런 음식은 아니였습니다.
특히나, 이 고급이지만 맛을 알기엔 쉽지가 않은 요리가 150분이 넘어가는 런닝타임을 자랑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어떤 분들은 영화가 끝나고 화를 낼수도 있을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실제로 우리여사님도 '그 영화 뭔데?' 라고 했습니다..), 저 역시도 조금은 밋밋한 결말에 의아스럽기도 했으나, 영화가 끝난 후 영화상에 있었던 장면들을 곱씹어보고 배우들의 대화들을 상기해 봤을때 화를 낼만한 작품은 아닌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또 결말의 밋밋함에 비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나름의 긴장감이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은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었구요. 그러니까 이 긴영화 내내 지켜주었던 뭔가 터질것 같은 긴장감은 있었다는 말되겠습니다.
하지만, 그 긴장감이 오히려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독이 된것 같은 느낌도 드는게 사실이니... 뭐 여하튼 전 영화를 보는 동안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상당히 집중해서 봤다고 할까요... 리뷰가 오락가락하는것 같네요... 이유는 영화를 보시면 아실겁니다...^^
이 작품이 뭘 말하고자 하는지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전 음식을 잘 아는 미식가는 아니기 때문에, 감독의 설명을 들어야만이 어느정도 작품의 맛을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단 제가 먹어 본 느낌으로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의 삶이 모두 피곤하더군요. 그리고 그들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건, 서로가 피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 각자가 서로에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상대방의 인생을 관찰하며, 거기다가 훈수까지 두려하고 있으니 피곤한 삶이 더욱 피곤해 지는것 같아보였습니다. 아마 제 생각으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것도 그런 '삶'에 대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피곤하게 살아가며, 또 서로에게 간섭하고 영향을 주기도 하곤 하지만, 그렇다고 변하는건 크게 없는...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러한 삶은 계속되는...
그런 모두를 관찰자의 눈으로 지켜보는게 감독의 시선이자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들인것 같습니다. 설명의 퀄러티가 조금은 떨어지지만 제 느낌은 그러했습니다. 아니면 말구요...^^
영화상에서 이런 피곤한 삶을 사는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 이야기 해드리자면...
검사와 부검의 그리고 용의자를 데리고 밤새도록 시신이 묻혀진 장소를 찾아 해매야만 하는 경찰서장도,
자신의 부인이 '그냥' 죽었다고 믿었다가, '부검의'가 던진 '자살'이라는 냉정한 해석에 충격을 받은 '검사'도,
애 없이 2년전에 이혼한 검사가 희생자의 부인과 아들의 삶에 신경을 쓰여하며, 슬쩍 간섭하는 장면들도,
거기다가 중요인물은 아닙니다만, 일행에 동행했던 군인의 쓸데없는 '훈수'라든지, 하룻밤을 묵게되었던 마을의 족장이 내뱉는 마을 묘지에 대한 푸념들, 그리고 시신의 부검에 참여한 한 스텝의 부검기구에 대한 '호소'까지... 듣는이와 말하는이 모두를 피곤하게 만드는 상황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들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결국에 가선 크게 변하는건 없다는게 우스워 보이기도합니다.
특히나, 도입부분에 보여준 경찰서장의 입장은 아주 재미있었는데요....
칠흑같이 어두운밤, 검사는 빨리 시체를 찾아내라고 압박을 하고, 용의자는 자꾸 장소를 기억 못하겠다고 은근슬쩍 게기고, 그런데다 집에서 걸려온 아내의 전화는 잔소리만 실컷하다 자신이 하고픈 말만 하고는 끊어버립니다.
여하튼, 모두가 피곤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런 그들이 상대방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거나, 투정을 부리거나, 훈수를 두려고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린데로, 이 영화가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게 무엇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위에 말씀드린 부분들은 크게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습니다. 피곤한 인생들, 그리고 그들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다른 인생들, 하지만 크게 변화되는건 없는...
여기까지가 제가 이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Once Upon a Time in Anatolia)' 본 느낌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실진 모르겠네요. 혹 정확하게 이 작품에 대해서 아시는 분이나,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은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아직 이 작품을 안보신분은, 150분이 넘는 런닝타임동안 특별한 사건도 그렇다고 큰 반전도 없는 영화라는건 감안하고 보셔야 한다는 점은 상기시켜드리고 싶습니다. 뭐 그래도 영화를 보는 동안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장치들은 많이 있습니다.(얼굴처럼 생긴 바위라든지, 물에 떠내려가는 사과, 기울어진 램프 등등...)
자꾸 스포일러를 남기는것 같은데, 이쯤에서 리뷰를 마치는게 좋을것 같네요.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p.s) 일행들이 움직일때마나 바뀌는 풍광도 하나의 볼거리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쓸데없이 궁금한점... 이 나라는, 왜 나무를 심지 않은걸까요...
p.s2)그런데 정말 용의자인 '그'가 죽였을까요... 만약 아니라면 '이유'는...
이 작품은 보는이로 하여금 요런식으로 궁금하게만 만들고 그냥 끝을 내버리는 '얄미운것'들이 제법 됩니다...
p.s3)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 '피에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