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하틀리(Hal Hartley)' 감독의 영화 '바보헨리(Henry Fool)'를 보았습니다. '토마스 제이 라이언', '제임스 우르베니악', '파커 포시(Parker Posey)' 주연의 이 영화는 1997년도에 제작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199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구요,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현재, 이 영화의 imdb평점은 7.2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할 하틀리' 감독의 영화는 두번째입니다. 몇년전에 '심플맨'이라는 작품을 봤었는데요, 역시나 언제나처럼 지금은 그 영화에 대해 기억에 남는건 하나도 없습니다. 전 오래전에 봤던 영화들을 잘 기억하지 못하겠더라구요. 특히나 아주 충격적인 장면이나 아주 감동적인 장면이 없는 영화인 경우에는 대다수의 장면들이 전혀 생각이 안나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여하튼 예전에 봤던 '심플맨'이 오늘 본 영화 '바보헨리'와 비슷한 느낌을 준 작품인것 같다라는 생각만 어렴풋이 듭니다.
기억을 못하느니 어떠니해서 오해를 하실까봐 미리 말씀을 드리는데요, '바보헨리'라는 영화는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주는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재미가 없다거나, 퀄러티가 떨어지는 작품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일단, 이 영화 상당히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영화속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따지고 보면 꽤나 단순하면서도 일반적인 이야기인데, 가끔씩 충격적인 사건들도 발생하고 거기다가 상상속에서나 이루어질 법한 일들 또한 심심찮게 일어나니,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그러니까 이 영화, 쉽고 똑 부러지게 설명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요, 개인적으로 참 아쉽습니다. 다른분들에게 작품에 대해 조금 더 알기쉽고, 간지 나는 표현으로 설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그게 안되네요. 여하튼 전 영화가 끝날때 까지 집중해서 봤습니다. 그러니까 재미없고 머리아픈 영화는 '절대로' 아니라는 말 되겠습니다.
'할 하틀리' 라는 감독은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상당히 인정받고 있는 감독인 모양입니다. 여러평론가가 이 감독에 대해서 극찬을 했던데요, 개인적으로는 '빔 벤더스', '짐 자무쉬', '우디 알렌'등과 같은 거장들과 비교를 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할 하틀리'라는 감독의 영화는 위에 예를 든 감독들의 영화를 볼 때의 느낌과 흡사한 기분이 들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자기만의 개성도 있는데요, 조금 더 설명을 드리자면, '우디 알렌' 보단 조금 덜 가벼우나 더 복잡하고, '빔 벤더스'나 '짐 자무쉬' 보단 덜 무겁고 밝다고 할까요.
이 부분도 쉽고 똑부러지게 설명드리기가 어렵네요. 여하튼 제 설명의 한계는 여기까지입니다.
영화의 내용으로 들어가서...
주인공(사이먼)은 쓰레기공장(?)에서 일을 합니다. 어머니와 누나와 사는집 지하에 '헨리 풀(Henry Fool)'이라는 사람이 이사를 옵니다. 헨리는 사이먼에게서 놀랄만한 능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시'를 쓰는 능력인데요, 이 능력이 여러가지 사건들과 논란들을 만들게 됩니다.
이 영화는 위에 말씀드렸듯이, 심플한 이야기인것 같은데도 상당히 복잡한 느낌을 줍니다. 정치나 문화적인 상황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도 있는것 같구요, 사람들의 위선적인 태도나 나약함에 대한 비판같은 부분도 있는것 같기도 하구요. 여하튼 말로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고 어떤이에게는 노래를 부르게 하는 특별한 힘을 가진 '시'가 '포르노'라고 평가를 받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감독은, 취향의 차이일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시'(영화도 될수 있고 소설도 될수 있는)가 가진 의미가 확대해석되거나 혹은 반대로 폄하가 되어선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독립영화감독으로서의 자신의 상황에 대한 한숨섞인 자조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구요. 여하튼 알듯말듯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또, 섹스와 마약을 탐닉하던 건달이 옷을 쫙빼입고 선거운동을 하며 유식한 말로 남에게 들었던 정보를 꼭 자신의 지식인양 위선을 떠는 장면들과 부의 축적을 은근히 부추기는 신부의 대사, 그리고 전혀 의도치 않은 장소와 상황에서 발생하게되는 프로포즈 장면 같은 경우에는 꽤나 우습습니다. 반면에 슬프고 씁쓸한 느낌도 함께 들었구요. 여하튼 굉장히 복잡한 감정들이 있는 영화입니다.
이런 여러가지 장면들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씬이 가장 드라마틱하면서도 마음에 들었는데요, 어쩌면 그 장면은 잊어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헨리'가 처음 등장할때 처럼 큰 가방을 두개를 들고 열심히 뛰면서 또다른 세상을 향해 떠나며 영화는 끝이나는데요, 굉장히 인상깊은 장면이였습니다. 스포일러가 될수도 있어서 더이상 설명을 드릴순 없지만, 여하튼 영화상 많은 부분을 해결하며, 반면에 또 다른 문제들을 새로이 발생시킬수 있는 여지를 남기며 영화는 끝이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마음에 드는 엔딩이였습니다.
자... '바보헨리'라는 영화에 대해서 잘 소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제가 본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려 했으나, 뜻대로는 잘 되지 않은것 같네요. 하지만 영화를 보시면 아마 제가 무슨말을 하고 싶었는지 이해하실겁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시고 제가 표현하지 못한 무언가를 똑 부러지게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헨리'가 '사이먼'에게 했던 기억에 남는 대사 한마디로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정직한 사람은 항상 어려운거야. 사이먼. 기억해둬.'
p.s)왜 한국제목을 '바보헨리'로 했을까요. '헨리 풀(Henry Fool)'은 사람이름인데...
그리고 왜 이들은 모두 항상 '버드와이저'만 마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