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서의 우리', 2010년 손안의 책 1300페이지(상 중 하권으로 나뉘어져 있음), 일본에선 1996년 발간, 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의 소설 '철서의 우리' 를 읽었습니다. 1996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 작품은 2010년 손안의 책 출판사를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일명 교고쿠도 라는 고서점 주인이 주인공인, 교고쿠도 시리즈 중 하나...
얼마전에 읽은 교고쿠 나츠히코의 '속 항설백물어' 에 탄력을 받아, 상중하 세권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철서의 우리' 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세권 합쳐서 무려 1300페이지가 넘는...
항설백물어시리즈와 거의 흡사한 느낌의 이 교고쿠도 시리즈는 세상의 모든 지식에 통달하고 그 지식을 통해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비상한 능력의 '교고쿠도' 라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역시나 일종의 귀신이나 '마' 와 같은 것들을 소재로 하여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결국 귀신이나 마는 없고, 오로지 인간에 의해 모든 요상한 사건은 발생한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구요.
소설은 역시 취향에 맞는 작가의 작품답게 재미있었습니다. 특히나 초반 도입부와 마지막 엔딩은 굉장히 인상적인데, 그에 비해 중간 부분이 너무 길고 장황하다는 느낌도 없진 않습니다. 한 외딴 절과 그 절에서 가까운 오래된 여관을 배경으로 스님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간다는 이야기로, 스님들의 죽음에 관계된 비밀과 한 비극적인 집안의 오래된 비밀이야기까지 겹쳐내어, 두가지 이야기를 담은 추리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과하다 싶고 너무 일본스럽다 싶은 한 집안의 비밀이야기 보다는, 스님들이 죽어나간 절에 관련된 이야기쪽이 더 취향에 맞았는데요, 특히나 네명의 스님이 죽은 이유와 죽은 상태에 담긴 의미는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범인의 정체도 완전히 예상밖이였고... 도저히 그런 쪽으로는 상상을 하지 못했으니...
너무나 많은 등장인물, 그래서 생긴 너무나 많은 용의자... 그리고 너무 장황한 불교에 대한 설명... 이런 것들은 책을 깔끔하게(?) 읽는데는 분명히 방해되는 요소였습니다. 더욱이 그런 것들이 상중하 세권으로 나뉘어진 1300페이지라는 너무 많은 분량을 만들어 낸 것이기도 하겠구요. 그래도 어찌보면 그런 요소들이 보다 더 리얼리티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었고 어찌보면 사건해결의 복선이나 미리 알려준 힌트라는 생각도 드는데, 여하튼 중반부는 집중해서 읽기 어려울 정도로 장황하긴 하였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친절하게 가르쳐 준 사건 해결의 힌트를 놓쳤을수도 있겠고...
역시나 무언가에 너무 집착하면, 자신을 놓치기 쉬워지는 모양입니다. 이 소설 '철서의 우리' 는 그러한 인간(스님이라는 종교인까지도 포함된)의 단점을 꼬집는 이야기이겠습니다. 한 집안에 생긴 비극적인 사건 역시나 그런 식의 메세지를 담은 것이겠고... 어쨌건 너무 길다는 단점을 제외하고는 시간 날때 읽기에 좋은 책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너무 길어도 끝까지 읽어볼수 밖에 없는 작가의 장점이 크게 발휘된 책... 그리고 강렬한 초반과 강렬한 마지막으로 독자들을 붙잡아 두는 테크닉이 잘 발휘된 재미난 책... 제가 읽은 '철서의 우리' 는 그러했습니다.
▶속 항설백물어... 교고쿠 나쓰히코, 비채출판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2... 항간에 떠도는 백가지 기묘한 이야기
▶꼭 읽어야할 책 추리소설 목록... 미국 추리작가 협회(MWA) 선정 추천 베스트 미스테리 100편...
소설 '철서의 우리' 의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