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밍크코트'를 보았습니다. '황정민'( 그분 아닙니다..^^), '한송이' 등이 출연한 이 '한국영화'는 '서울독립영화제'나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꽤나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한국영화는 개인적으론 오랜만인것 같습니다. 그것도 독립영화는..
이 작품은 부드럽고, 따스하고, 포근한 이미지의 제목과는 달리 무척이나 씁쓸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행복하고, 언제나 좋은일들로만 가득한 가족들에겐 상당히 이해하기 힘들수도 있는 내용이구요.
이 영화는 '종교'를 매개체로, 가족내에서의 질투, 시기, 무관심 그리고 갈등과 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이해, 소통, 사랑 그리고 화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범위를 조금더 넓히자면, 가족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발견되고 또 문제시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가족이라는게 말입니다, 참 쉽고 고맙기만한 존재는 아닌것 같습니다. 특히, 사는게 빡세고 하루하루가 외줄타기같이 불안하고 힘겹다면 더욱더 부담이 될때도 있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아주 행복한 가정에서 생활하시는 분은 이해가 안되실지도 모르겠지만, 꽤나 빡신 집안에서 성장한 저는, 그런생각이 많이 드네요. 그리고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에도 많은 공감이 가구요.
영화는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로 부터 시작됩니다. 형제들 모두는 '안락사'를 시키자고 말하는데 반해, 주인공은 절대로 안된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이들 가족들, 특히 주인공이 예전부터 가족들에게 가지고 있던 미묘한 감정들이 서서히 분출되기 시작하는데요, '신'의 이름에 핑계를 대고, 자기 합리화를 시키며, 자기가 원하는데로 해석을 합니다. 물론 가족들도 비겁하긴 마찬가지구요, 주인공을 이단으로 몰아부치기도 하고 예전의 일들까지 들먹이며 또 거짓말로 속이기까지 합니다..
이 가족들에게서 발견되는 문제점은 소통입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진실되게 내보이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귀울이며 또 그들의 처지를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수 있었다면 서로에게 상처받는 일이 줄어들수도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현실생활에선 말처럼 쉽진 않습니다. 특히 가족과 같은 특수한 인간관계에선 더욱 그러한것 같구요. 아이러니 하지요.
이 가족들은, 신을 말하지만 신을 택한것도 아니고, 가족을 걱정하는듯 하지만 가족을 택한것도 아닙니다. 모두들 자기 자신만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상당히 인간적입니다만, 문제는 솔직하지 못하다는 데에 있는 것입니다. 나는 신에 복종한다 혹은 나는 가족에게 희생하고 있다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모두는 '자기애' 혹은 '자기동정'에 빠져있는 것이지요.
제 생각에 가족들이 화합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몇가지 요소들이 필요한것 같습니다.
첫째가 바로 소통입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고 진실되게 내보이고, 반대로 자기의 주장만 펼치지말고 상대방의 말에도 귀를 귀울이다 보면 마음속 깊이 쌓아두는 '미움'이나 '오해'같은건 생기기가 쉽지 않겠죠.
두번째가 강요입니다. 아니 '강요'가 없어야 합니다. '너는 내자식이니 내가 시키는데로 해' 혹은 '당신은 나의 부모니까 이러이러한것을 반드시 해주시오' 또는 '너는 형이니까 양보해야지' '너는 동생이니까 형말을 잘들어'라는 등의..
이 부분만큼 어리석은건 없는것 같습니다. 물론 가족, 핏줄 모두 중요합니다만, 각자의 개성이 있고 각자의 인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금은 억지스런 기준에 맞추어 요구하고 바라는건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세번째가 조금은 역설적이긴 하지만, 가족간엔 '희생'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조금 이상한가요? 그렇다면 말을 바꾸어서, 그냥 '책임', 그것도 자신의 능력과 한계에 맞는 '책임'정도까지만 했으면 합니다.
강요된 희생이든 자발적인 희생이든 언젠가는 문제를 야기시킬 소지가 있습니다. 물론 '희생'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아낌없이 줄수만 있다면 무슨 문제가 생기겠습니까. 문제는 '희생'에는 위의 두번째 요소의 '강요'라는 요소가 잠재되어 있기가 쉽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냥 아무런 바램없이 줄 수 없다면, 차라리 안주느니만 못한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가장 쉬울것 같은 가족이라는 인간관계가 오히려 더 어렵고 또 힘든것 같습니다. 상처받기도 쉽구요. 나름 빡센 가족들에 둘러싸여 살아오고, 뒤를 돌아보니 그렇네요.
영화 리뷰는 안쓰고 쓸데없는 잡소리만 하는것 같네요. 어찌 되었건 영화를 보고 느낀 감정이니 이것도 리뷰가 되겠죠.^^
이 영화 '밍크코트'는 나름 볼만한 영화입니다. 위에 제가 주저리주저리 적은것 처럼 가족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생각거리도 던져주고요, 물론 연기도 좋습니다.
다만, 한가지... 제가 보기엔 너무 착한 영화같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소통도 안되고 거짓말도 하며 서로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딱히 절대악처럼 보이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가슴이 사무치도록 아픈 상처를 입은 사람도 보이진 않는군요. 그러니까 특별해 보이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같아보입니다. 그래서 가슴이 '짠'해온다던지, '울컥'하는 기분이 들진 않더군요. 저는 그랬습니다. 제가 이상한가요...^^;
p.s)이 영화보다 현실에서의 가족간의 관계가 훨씬 상처받기 쉽고, 힘들며 슬픈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듭니다.
그리고 포스터의 컨셉이 이상하지 않나요... 차라리 아주 밝은 분위기로 갔다면...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위의 추천한방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