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데트(The Word)]... 칼 테어도르 드레이어, 브리기테 페더슈필... 덴마크영화로 만다는 기적, 좋은(?) 종교영화, 추천합니다...
영화 보는 즐거움/뜻밖의 추천작 2015. 5. 25. 02:34'오데트(The Word)', 1955년 제작 덴마크영화 드라마 판타지, 런닝타임 126분, 연출- 칼 테오드르 드레이어, 출연- '브리기테 페더슈필' '프레벤 러도르프 라이' 등.
'칼 테어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영화 '오데트(The Word)' 를 보았습니다. '브리기테 페더슈필' 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1955년에 제작된 판타지 드라마로, 현재 imdb 평점은 8.1점입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1955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오늘 본 영화는 종교영화였습니다. 기독교가 주제이자 소재인... 그리고 용서와 화해, 믿음과 구원에 관한 영화이기도 했구요.
잠시 영화 '오데트(The Word)' 의 간단한 줄거리를 설명드리자면,
배경은 덴마크의 한 농가, 풍족한 농가의 둘째 아들인 요하네스는 정신이 나간 상태인데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라고 믿고,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성경구절들을 외우며 사람들에게 설교를 합니다. 장남인 미켈의 아내인 잉거는 그런 그를 불쌍하게 여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셋째 아이를 임신 중이던 잉거는 출산도중 아이와 함께 목숨을 잃게 되는데...
영화를 보다보면 '이거 너무 기독교를 내세우는 종교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영화 전체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특정 종교에 대한 것 만큼이나 선이나 용서 그리고 화해를 통한 구원에 대한 부분이 더 크고 강해서, 조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 그런 불쾌함(?)은 이내 사라지게 됩니다.
그 한예를 장남의 아내인 '잉거' 가 영화 초반에 하는 대사에서 찾아 볼수가 있겠는데, '마음이 착하지 않다면, 믿음이 있어도 소용없어요!' 라는 말로 설명이 가능할 듯 합니다. 이 대사는 '태산을 옮길만한 믿음이 있어도 사랑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 라는 영화 '미션' 의 대사도 떠오르게 할 만큼 인상적인데, 모든 사람의 믿음과 모든 사람의 사랑이 한데 모였을 때만 비로소 기적이 이루어진다는 영화속 엔딩 장면처럼 종교 보다는 오히려 선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여, 종교영화에 대한 거부감을 상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평범한(?) 한 가족의 단순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끝에 가선 아주 특별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그러니까 화려한 치장이나 테크닉 혹은 자극적인 볼거리를 배제하고서도 관객들에게 기적이라는 선물을 선사해주는 그런 영화였으니까요. 표면상으로는 종교가 가진 힘 혹은 종교의 기적을 보여주는 영화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는 종교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선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만들게 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작품은 개인적으로 이번이 처음입니다. 예전부터 이름은 줄곧 들어왔었지만, 웬지 모를 두려움(?)과 평견(그러니까 재미없는 예술영화 감독일 것 같다는) 때문에 지금까지 접해보진 못했네요. 덕분에 이 영화 '오데트(The Word)' 로 확실하게 늦게나마 그 명성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아주 좋은영화였으니까요.
이건 여담입니다만,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은 어머니가 일찍 죽었다는 사실 때문에 희생양의 이미지를 가진 여인이 항상 그의 영화에는 등장을 한다고 합니다. 그 예로 오늘 본 영화에서는 '잉거' 가 거기에 해당을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희생양으로서의 어머니가 어찌보면 드레이어 감독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어머니의 이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배경이 되는 뒷 이야기까지 알고서 본다면 그의 영화들을 보는 재미가 조금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여하튼, 그의 다른 영화들도 기회가 된다면 하나하나씩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 '오데트(The Word)' 는 영화평론가들이 선택한 죽기전에 꼭 봐야할 영화 1001편에 선정이 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평론가의 평론 몇줄로 오늘의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역대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golden lion) 수상작 목록...
- 카이 뭉크의 희곡을 각색한 '오데트(The Word)' 는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라는 위대한 영화감독의 가장 뛰어나고 특이한 영화이다. 어떠한 특수효과도 없이 가장 단순한 표현수단만으로 관객에게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중략...
사실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신앙과 사랑(모든 의미에서의)과 초자연적인 힘을 다루는 가장 사실적인 혹은 자연주의적인 영화다. 드레이어는 어떤 종류의 기교도 마다한다. 헤닝 벤트센의 차분히 가라앉은 아름다운 흑백 화면은 보르겐의 오두막과 목초지의 풍성한 느낌을 주며, 드레이어의 조용한 리듬과 롱테이크, 겉으로는 매우 단순해 보이는 미장센은 이 영화가 평범한 농사꾼의 이야기를 다룬 직설적인 실내극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속삭이는 요하네스의 목소리만이 유일하게 비범하게 느껴지는데 어차피 그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이 아닌가. 이 영화의 위대함은 그 기적이 일어날 때쯤이면 관객이 영화 자체의 완결성에 믿음을 갖게 된다는 데 있다. 우리는 화면 속의 인물들을 고스란히 이해하게 된다. 그것은 그들의 행동과 감정, 생각과 의심이 우리 자신의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데트(The Word)' 가 우리의 종교적인 믿음까지 바꾸어 놓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우리는 최고수준의 영화예술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