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I, 1959년)... 고바야시 마사키, 나카다이 타츠야... 볼만한 일본 고전 반전영화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I)', 1959년 제작 일본영화 전쟁 드라마, 런닝타임 208분, 연출- 고바야시 마사키, 출연- '나카다이 타츠야' '아라타마 미치요' 등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의 영화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I)' 을 보았습니다. '나카다이 타츠야' 주연의 이 영화는 1959년에 제작된 전쟁 드라마로, 현재 imdb 평점은 8.5점입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1960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엔 실패를 하였습니다. (그 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은 영화 '라인강을 넘어' 가 차지했습니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대기업에서 종사하고 있는 카지는 군대에 입영하는 대신 군대에 납품할 광물들을 생산하는 광산의 간부로 발탁된다. 군대 문제 때문에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결혼을 하고 부인인 미치코와 함께 광산으로 간다. 양심과 인간애로 똘똘 뭉친 카지는 그곳에서 일본인에게 당하는 중국 노동자들의 생활개선과 동시에 포로로 잡혀온 중국 노동자들의 인간적인 생활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일본군과 광산의 다른 간부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결국...

 

오늘 본 영화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I)'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순수한 남자의 고난과 역경의 경험담 정도 되겠습니다. 주인공은 전쟁 자체를 싫어하고 참전하기도 싫어하는 인물로서 전쟁 중 일본인들이 행하는 패악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결국 전쟁에 끌려가게 됩니다.

 

 

보통 이런식의 영화들 중에서 "일본인 역시나 전쟁의 피해자다!" 라는 주장이나, 혹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변호을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이 간혹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거나 수상을 한 작품들 중에서도 그런 영화들은 간혹있는데, 이 영화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I)' 은 그런 속보이는 영화들과는 달리 교묘하게도(?) 그리고 보다 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그런 비판을 비켜나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변호라기보다는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비판을 확실히 담은 가운데서 "일본인 중에서도 선한 사람들은 있었다!" 라는 귀여운 변명 정도로 여겨지는데, 이는 사실이기 때문에 막연히 태클을 걸수는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에 대한 비난은 확실히 담고 있기에...

 

 

영화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I)' 은 이상적인 인물을 내세워 일본의 변명을 담고있는 반전영화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가져야하고 지켜야할 도리과 원칙에 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인공 카지를 포함한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과 다양한 상황들을 통해 영화내내 그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까요. 어찌보면 반전영화라기 보다는 영화제목 그대로 '인간의 조건' 에 관한 영화로, 주인공이 느끼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고뇌를 통해 인간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원칙과 사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베트남전이 끝난 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미국에서 만든 베트남전 관련 반전영화들, 뭐 그런식의 영화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미국과 베트남전이 일본과 2차대전이라는 주인공과 배경이 바뀌었을 뿐이지...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들을 비판하며 반성하고 또는 변명하고 있지만 수작인 영화... 영화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I)' 은 그런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은 영화속에 등장하는 단 한명의 한국인을 아주 얍삽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과(제가 대한민국 사람이여서 그렇겠지만...) 3시간을 훌쩍 넘겨버리는 어마어마한 런닝타임입니다. 런닝타임과 관계되는 한가지 더 재미난 것은, 이 3시간이 넘는 대작이 원래 이 영화 전체의 1부에 해당한다는 것... 그러니까 인간의조건 2부와 인간의 조건 3부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2부 3부 모두 3시간 가량의 긴 영화라는 점... 2부와 3부는 주인공 카지가 군대에서 겪는 일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들도 언제 기회가 되면 꼭 보고 리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I)' 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기억에 남는 영화 '하라키리(할복)' 를 연출한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의 작품입니다. 사무라이에 관한 이야기를 섬세하고 디테일한 감각으로 풀어낸 영화인데, 굉장히 수작인 작품입니다. 그런 면에선 이 영화처럼 선이 굵은 스케일의 대작과 똑같은 감독의 영화라 생각하기가 쉽진 않은데, 어쨌건 훌륭한 감독은 장르와 내용을 가라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뽐내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도 언제 기회가 되면 꼭 보시라 권해드리고 싶구요, 영화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I)' 역시나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재미나고도 좋은 영화이니, 놓치지 마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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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