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치'감독의 1993년작 '레이닝 스톤'을 보았습니다.... '켄 로치'감독의 영화는 몇일전에 소개해드린 '달콤한 열여섯'이후로 두번째 영화입니다. 한편도 보지 않던 감독의 영화를 몇일만에 두편이나 보게 되는군요. 역시 '고해성사'의 힘이 큰듯 합니다.
이 감독의 영화는 참 재미있군요. 왜 여태껏 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내용이 밝은 영화들은 아닙니다. '달콤한 열여섯'은 불량청소년이 주인공인데다 깡패,흉기, 마약, 욕들이 난무하고, 오늘 본 영화는 희망이 없는 사람들, 아니 희망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더군요.
영화의 내용으로 들어가볼까요,
주인공은 가진건 고물밴 하나가 전부인 실직자입니다. 남의 양을 한마리 훔쳐서 팔려다가 그 하나뿐인 자동차마저 도둑을 맞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어린딸의 '성찬식'에 새옷을 맞추어주는게 현재일생일대의 과제이자, 본인의 자존심이 되어버립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행동들은 어찌보면 너무 답답합니다. 쥐뿔 가진건 없는데, 자존심과 오기만 있다고 할까요. 까짓 어린딸의 '성찬식'드레스야, '신부님'이 제시한 방법대로 기부받은 옷으로해도 될텐데요. 하지만 주인공은 제 생각과는 다른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전 그의 생각을 이해합니다.
모든건 자존심의 문제니까요. 자기자신에대한 자존심과 딸이 느낄 자존심에 문제.
제가 초등학교 다닐때 그런적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준비물을 사가지고 가야되는데요, 제 기억으로 그당시돈으로 500원정도 했었습니다. 지금가치로 보면 한 만원쯤될가요. 5000원에서 만원사이로 보면 되겠습니다. 어머니가 주시질 않으시더군요. 그 당시만해도 우리집은 가난했지만, 전 제법 공부도 잘했었고, 인기도 있는편이였습니다. 물론 자존심도 강했지요. 달라고 울고 불고 떼를썼지만, 빗자루를 휘두르시며 절 내 쫓으시더군요. 요즘 시절의 부모님들은 상상도 못하시겠죠. 그래서준비물은 어떻게 되었냐구요, 글쎄요 그건 전혀 기억이 나질 않네요.^^
전 이 기억이 아주 깊게 머리에 남아있습니다. 우리어머니, 이 영화상의 아버지의 모습과는 정반대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원망하느냐구요, 아뇨.. 정 반대랄까요. 그당시에는 어머니가 밉고, 가난이 밉고, 세상이 밉고 했을수도 있습니다만(이부분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지금은 모든게 다 이해가 되구요, 오히려 강하게 키워주신 어머니가 고맙기까지 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말은 우리어머니가 옳고, 주인공이 틀렸다 그런 말을 하자는게 아니구요, 주인공이든 우리어머니든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불쌍하고 힘들다'라는 말을 하고싶어서 입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빗자루를 휘두르며, 우는 아들을 돈 500원에 쫓아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했겠습니까.
그리고 더 중요한건 그때든 지금이든 우리어머니 돈 한푼 마음대로 쓰시질 않으십니다. 특히 본인한텐 더욱 더. 그러니 제가 우리어머니를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불쌍한 우리어머니...
그래도 요즘은 쓰잘떼기 없는 것들도 사오곤 하시더군요. 회관이다 뭐다해서 할머니들 모아놓고 사기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곳에서요. 다른 할머니들한테 지기 싫은 '자존심' 때문인것 같은데요, 예전 어머니한테 맞은 빗자루 생각하며 '잔소리'로 복수할까 하는 생각도 조금들긴 했었지만, 뭐 일단 제돈도 아니구요, 그 정도의 사치야 지나온 세월의 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더 크더군요.
또 아무도 관심없는 쓸데없는 개인사로 리뷰를 장식하네요. 여하튼 좌충우돌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주인공을 보니 옛날생각, 부모님 생각이 나서 영화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부모님께 효도하자'라는 말로 끝맺음을 하면 제가 너무 착한척 하는건가요.^^
p.s)혹 철없는 요즘의 부모님들이 우리 어머니를 따라 하실까봐 살짝 걱정이 되는데요, 우리 어머니처럼 아이들을 너무 강하게 키우시다가 잘못하면 진짜로 상처받는 아이들이 생길수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몸이든 마음이든 너무 약해서요. 저처럼 원래부터 현명하고,사리분별이 밝고, 이해심이 바다와같이 넓은 아이들한테만 적용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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