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짓는 늙은이(1969)... 최하원, 황해, 윤정희, 남궁원, 김정훈... 황순원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독짓는 늙은이...
영화 보는 즐거움/한국영화 2016. 3. 19. 23:30'독짓는 늙은이', 1969년 제작 한국영화 드라마, 런닝타임 95분, 연출- 최하원, 출연- '윤정희' '김정훈- 아역' '허장강' 남궁원' '황해' '김희라' '송해' 등
'최하원' 감독의 영화 '독짓는 늙은이' 를 보았습니다. '황해' 와 '윤정희' 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1969년에 제작된 드라마로, 현재 imdb 평점은 7.4점입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1970년 제7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독 굽는 일을 유일한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고 사는 송영감은 어느 겨울날, 눈 속에 쓰러진 여인 옥수를 구합니다. 갈 곳 없는 그녀는 송영감과 같이 살면서 결혼식까지 올리고, 아들 당손을 낳아 행복한 가족을 꾸립니다. 그러나 석현이라는 사내가 독짓는 일을 배우겠다고 그들에게 찾아오면서 그 가족의 행복은 흔들립니다. 왜냐하면 석현은 옥수와 예전부터 사랑하던 사이...
오늘 본 영화 '독짓는 늙은이' 는 독짓는 일이 평생의 업이였던 한 노인과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60평생 독짓는 일만 해오던 노인은 우연히 한 여인을 구해주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만, 결국 여인은 아들과 노인만 남겨두고 젊은 사내와 달아납니다. 영화는 그런 일련에 상황들을 통해 다양한 인생사의 굴곡진 순간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국인의 정서에 와닿는 좋은 오래된 한국 고전영화 중 한편이였다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늙은이와 젊은 사내 석현과의 대결구도가 가장 재미났습니다. 두 남자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인 옥수를 두고 벌이는 두 사람의 욕망과 힘싸움이, 이 영화 '독짓는 늙은이' 에서 가장 볼만한 볼거리였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여인 옥수가 가지는 고민과 갈등도 똑같은 형태의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결국 여인은 보다 젊고 힘쎈 수컷을(?) 선택하며 이야기는 비극적으로 흘러갑니다. 여인이 늙은이를 버리고 젊고 힘쎈 남자를 선택한다는 이 에피소드 만으로 보자면 지극히 인간 본능에 대한 이야기로 봐도 무방할듯 싶은데요, 여인 옥수가 보여주는 에로틱한 즐거움(?), 그리고 송영감과 친구가 가끔씩 보여주는 해학, 그리고 60살 차이가 나는 부자지간의 애뜻한 정 등을 통해, 본능과 그 본능을 넘어서는 다양한 인간 감정의 표현으로 영화는 여러가지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보통 여인의 한을 다룬 이야기가 우리나라 고전영화에는 많은 편인데, 특이하게도 이 영화 '독짓는 늙은이' 는 남자 그것도 노인의 기구한 삶을 다룬 이야기여서 더 특별했던것 같습니다. 아내를 잃고 그 슬픔을 지우기 위해 독짓는 행위에 몰두하는 노인의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 깊었는데, 아주 심플한 구성의 영화였지만 그 속에 담겨진 인간의 복잡한 감성과 감정들은 많은 이야기꺼리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 작품 '독짓는 늙은이' 는 2000년에 타계한 소설가 황순원의 소설을 그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소나기', '카인의 후예' 등과 같은 작품들도 모두 이 영화처럼 황순원의 대표작이면서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들인데요, 책 읽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책을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습니다. 영화보기를 좋아하는 분들 같은 경우에도 책으로 접해보면 색다른 경험이 되지 싶구요. 뭐 어쨌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학작품일 뿐만 아니라 좋은 고전영화이기도 하니, 기회가 된다면 어떤식으로든 접해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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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